캥거루족과 캥거루 운전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이역만리(異域萬里)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가 우리 언어에 깊숙이 파고든 셈이다. 캥거루 어미는 태어나면 무게 1g에 불과한 새끼를 배 주머니(육아낭)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살피며 키운다.여기서 나온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점프의 챔피언이라는 캥거루는 이동할 때 6m 가까이 껑충껑충 뛰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캥거루 운전은 이처럼 운전자가 과속하다 카메라가 설치된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고 단속 지점
'도올'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역사책 제목이지만 중국 전설에는 난폭하기 이를 데 없는 상상의 동물로 나온다. 철학자 김용옥은 고전에서 착안했는지 모르겠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처음으로 '도올'이라는 호를 사용했다.김용옥은 호를 도올이라 지은 배경을 두고 '돌'이 뜻하는 '돌대가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돌을 느리게 발음하면 도올이고, 도올을 빠르게 발음하면 돌이다. 6남매 가운데 막내인 그는 어릴 때 형들에게서 돌대가리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해가 느리고 아둔하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에게 인지도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정치 신인에게 인지도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고 기성 정치인도 유권자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있다. 언론에 '본인 부음'만 빼고 어떠한 기사라도 내비치면 나쁠 게 없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새겨 끊임없이 얼굴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기억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지만 인지도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정치에서 돈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돈으로 표나 정
기자 사회에 내려오는 고전(古典)이 있다. '기자는 세 부류가 있다. 먹고 쓰는 놈, 먹고 안 쓴 놈, 못 먹고 못 쓴 놈.' 여기서 '먹고'의 대상은 입막음용 촌지이다. A급은 촌지를 받고도 쓸 거 다 쓰는 기자이고, B급은 촌지를 받으면 정작 써야 할 기사에 눈 감는 기자이다. C급은 정보를 캐내지도 못해 쓸 게 없는 무능한 기자이다. 여기에는 '안 먹고 쓰는' 특A급 기자가 안 보인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고전이지만 이런 기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자기(기자 사회) 검열을 은연중 실토하고
요즘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토끼다'라는 다소 상스러운 말이 있다. 예전 학창 시절 불량한 짓을 하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토끼자, 토껴"라고 외치며 도망치던 추억이 하나쯤 있을 성싶다. '토끼다'는 토끼가 위기를 재빠르게 벗어나는 모습에서 따온 표현이다. '토끼'라는 명사에 어미 '다'를 붙여 만들어졌다. 이런 형태는 (신발·양말을)'신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토끼(卯·묘)는 12지(支) 가운데 상상 속의 용(辰·진)을 제외한 실재의 동물에서 강아지(戌·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엊그제 출발을 알리는가 싶더니 어느덧 끝자락에 섰다. 12월 달력이 어서 오란 듯 7일을 꽉 채운 마지막 5주째를 가리킨다.연말이 되면 우리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문화가 김장 담그기이다. 김치와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세계에서 독특하고 그 가치를 내세울 만한 전래의 값진 자산이다. 김장은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알리고 마지막도 함께 한다. 11월 중순 추운 북쪽 지방에서 시작되는 김장은 한 달간 시나브로 남진(南進)하다 12월 말 대단원의 막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말은 꽤 불편하게 다가온다. 사람을 무슨 물건에 비유해 비꼬듯이 던진 말이기 때문이다.속을 뒤집어 놓는 또 다른 얘기를 하나 소환해본다. 80년대까지 군 생활을 한 50대 이상 남자는 한 번쯤 겪어봤을 내용이다. 당시 구타가 일상으로 이뤄지는 '무식한' 군대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선임병이 군기를 잡는다며 후임병들을 줄 세워 놓고 각목이나 야전삽
이달 초 해남사랑상품권의 10% 할인행사에 편법의 사재기가 몰고 온 파동은 애잔함과 착잡함이 뒤섞인 채 다가온다. '오죽했으면'하는 심정이 애잔함이요, '그렇더라도'하는 잣대가 착잡함이다.경제학은 희소성에서 출발하고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도 무한하다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현실은 희소성이 지배하고, 이는 개개인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선택이라는 과제를 안겨준다. 이를 풀어가는 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경제원리이다. 우리는 일
풀뿌리는 풀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해주고 물과 영양분을 흡수해 잘 자라게 해준다. 여기에 빗대어 사회나 지역, 국가를 바탕에서 지탱해주는 민중을 민초(民草)하고 한다. 민초 스스로 활동에 나서거나 민초 가까이에서 활동하면 풀뿌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풀뿌리 민주주의가 대표적이다. 흔히 이를 지방자치제와 한 몸으로 여기지만 우리의 현실에선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되려면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공천이 중앙 정당에 휘둘리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온전한
가히 축제의 계절이다. 11월 중순의 해남은 둑이 터진 마냥 면민의 날, 체육대회 등 갖은 축제성 행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라는 장벽이 사라진데다 이태원 참사로 연기된 축제와 행사가 한꺼번에 몰린 이유도 한몫했다. 그래도 이의 한복판에는 지난 주말 앞뒤로 사흘간 열린 해남미남(味南)축제가 있다.축제나 행사의 성공 여부를 두고 흔히 관람자나 참여자의 숫자라는 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인파 규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즐기고 또한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말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예전 공연이나 스포츠 등 다양
사회는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집단이다.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가족에서부터 회사, 학교, 종교단체, 지역사회, 국가, 세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사회의 크기에 따라 상호 관계의 긴밀함에 차이가 날지언정 어떤 형태로든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같은 시대뿐 아니라 이전 시대를 살다간 사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시공(時空)을 떠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다. 밀림이나 외딴 섬에서 수십 년을 나홀로 살다 죽었다고 하더라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꽃다운 젊은이를 잃었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이틀 앞둔 지난 주말 밤 용산구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156명(남성 55명, 여성 101명)이 압사하고 151명이 다쳤다. 이번 참사에 광주와 전남에 연고를 두거나 고향인 젊은이도 10명이 희생됐고 외국인도 26명 포함됐다.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 황망함으로 다가온다. 졸지에 아들, 딸을 잃은 부모에게 이런 날벼락은 없다. 취업턱 내러 갔다가 당하고 엄마, 이모와 함께 희생된 여중생, 17년 단짝 친구와 죽은 안타까운
해남의 초등학교 역사는 일제 강점기인 1911년 9월 1일 해남동초등(해남공립보통학교)이 개교하면서 시작된다. 사립인 마산 도산학교에서 출발한 미산학교가 읍내 향교로 이전해 공립으로 이름을 바꿔 달고 문을 열었다는 기록을 빌리자면 동초등의 역사는 이보다 오래됐다고 봐야 한다. 동초등은 해남에서 펼쳐진 3·1운동(1919년)의 출발점이자 중심이기도 하다.현산초등(1918년·달산공립), 우수영초등(1920년·우수영공립)이 동초등의 뒤를 이었다. 우수영초는 1918년 명량의숙으로 개설돼 이듬해 12월 인가를 받은 우수영사립보통학교가 모태
국공립 기관 이전이나 신설이 예정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유치전에 뛰어든다. 꿀밭에 몰려드는 벌떼가 연상될 정도이다. 입지가 결정되면 '정치적 결과'라는 뒷말도 으레 따르곤 한다.전남도청 이전 과정을 되돌아본다.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된 7년 뒤인 1993년 대통령 특별담화로 도청 이전이 발표됐다. 단지 도청만 옮기는 게 아니라 도교육청, 경찰청, 농협본부 등 수많은 유관기관이 뒤따르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도청 이전은 정치권과 지역의 최대 이슈가 됐고 갖은 소문이 난무했다.급기야 이전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가을의 한가운데 10월의 달력은 숨 가쁘다. 국군의날을 시작으로 노인의 날, 한글날, 체육의 날, 금융의 날(옛 저축의 날), 지방자치의 날 등 각종 기념일로 빼곡하다. 10월의 달력은 한 해를 시작하는 1월과 요일이 완전 닮은꼴이다. (2월이 28일간이라는 조건이 붙지만)1~9월의 일수(273일)가 7(1주일)의 배수인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1월과 10월은 토요일에 시작해서 월요일에 끝난다.코로나19 유행으로 2년 가까이 얼굴 절반 정도를 가려야 했던 마스크도 벗어 던지게 됐다. 여전히 '마스크족'이 대세이지만 예
흔히 정치인이 처신에 조심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말, 돈, 술이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경구(警句)이나 정치인이 이들 세 가지에서 잘못하다가는 자칫 정치생명이 단축되는 독(毒)으로 이어진다.무엇보다 중요한 게 세 치 혀가 뱉어낸 말(言)이다. 품격(品格)은 사람의 품성과 인격을 이른다. '품'의 한자는 입(口)이 세 개 모여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품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부터 말 잘하면 변호사, 말 많으면 약장수라고 하지만 정치야말로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그런 만큼 정치인에게 말은 이미지를 형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지난해 '오징어게임'에 이어 또다시 올해 추석 연휴 안방을 강타했다. 넷플릭스 OTT(Over the Top·영화나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는 이젠 시골 어르신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TV 리모컨을 몇 번 누르면 언제라도 손쉽게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대화 내용과 분위기 등이 자세하게 한글 자막으로 전달된다. 이런 서비스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비장애인도 반긴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겐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
아침이면 긴소매를 찾게끔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이름만 들어도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가을이지만 저 멀리서 잉태한 태풍 소식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대급이라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가자마자 12호, 13호, 14호가 줄지어 생겨나고,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가을에 찾아오는 태풍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젠 빈도와 강도에서 사뭇 달라진다. 어쩌면 늘상 마시는 공기처럼 가을 불청객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는 지구온난화가 깊숙이 자리한다.강한 비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은
모레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이번 추석에는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귀향 인파가 오랜만에 넘쳐날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향'하면 다정함이 다가오고 그리움과 아련함이 뒤따른다. 그러면서도 정작 고향에 대한 정의를 선뜻 내리는 게 쉽지 않다. 공간과 시간, 정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얼마나 살았고, 추억거리가 얼마나 담아있는지를 고향의 잣대로 삼는다.사전적 의미의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한다. 60~70년대 먹고살기 힘든
예전에 어르신들은 '돈 산다', '쌀 팔아온다'는 말을 흔히 했다. 지금은 일상에서 사라진 표현이지만 당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곤 했다. 돈으로 물건을 사지, 물건으로 돈을 산다는 자체가 어색하게 다가온 것이다.'쌀 팔아온다'는 말은 정반대의 표현이어서 더 이상하다. 전영택의 소설 화수분(1925년 발표)에 '어멈이 늘 쌀을 팔러 댕겨서(다녀서) 저 뒤의 쌀가게 마누라를 알지요'라는 문장이 나온다. (집에 쌀이 떨어져 쌀 가게 가는 상황에서)이 문구를 곧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