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축제의 계절이다. 11월 중순의 해남은 둑이 터진 마냥 면민의 날, 체육대회 등 갖은 축제성 행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라는 장벽이 사라진데다 이태원 참사로 연기된 축제와 행사가 한꺼번에 몰린 이유도 한몫했다. 그래도 이의 한복판에는 지난 주말 앞뒤로 사흘간 열린 해남미남(味南)축제가 있다.

축제나 행사의 성공 여부를 두고 흔히 관람자나 참여자의 숫자라는 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인파 규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즐기고 또한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말해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예전 공연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유·무료 행사를 치러본 경험에서 사람 모으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짐작이 간다. 행사장을 찾는 사람은 '손님'으로서 대접받고 싶어 한다. 엇비슷한 메뉴라면 대접받은 기분이 들어야 만족이 커지고 다시 찾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다 색다름을 추구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평가가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이런 평가를 내린다면 그는 '일회성 손님'이다.

올해로 4회를 맞은 해남미남축제는 지난 두 차례 온라인 위주의 제약에서 벗어나 개방된 공간에서 펼쳐졌다. 3일간의 짧은 기간에 1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축제장을 찾았다고 하니 외형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본다. 지난 1~14일, 어느 빅데이터 기업이 11월에 열리는 지역축제 관심도와 차량 동선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미남축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이 기간에 미남축제의 인터넷 검색량은 1만7000건에 차량 도착 수는 2000대에 달했다. 검색량 기준 3위에 차량 도착 수는 4위에 오른 것이다. 이 기간 검색량은 청송사과축제(6만건), 서산국화축제(4만2000건)가 1, 2위, 고흥 유자석류축제(1만3000건)는 4위를 기록했다. 미남축제의 검색량 대비 차량 도착 수(11.8%)가 적은 것은 짧은 축제기간 때문으로 보인다.

미남축제를 수치로 환산한 양적인 호평에도 속내를 들여다보는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개막식 직전 특산물과 제철진미를 뽐내며 펼쳐진 14개 읍면 퍼레이드나 추억의 구이터(계란껍질밥과 고구마 등 묶음 판매), 내 품안에 고구마 담기(2㎏들이 망에 직접 골라 넣기) 등은 신선함을 줬다는 말이 나온다. 주민이나 관람객이 축제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만족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맛'을 주제로 한 축제장의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거나 대표성이 부족하고, 여전히 특색이 없어 식상하다는 얘기도 있다.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혹평도 있다. 관람객의 느낌은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사실 어느 축제를 두고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기 쉽지 않다. 관람객 수로 따지는 양적 측면은 현재에 치중된 가시적인 평가이고, 만족감 등 내용을 따지는 질적 측면은 현재를 지렛대 삼아 미래를 점쳐보는 잣대이다. 축제는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고전적인 개념의 축제는 지금은 많이 퇴색했다지만 성패의 요인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객'이 아닌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단순 관람에서 체험·참여에 치중하는 방향성은 중요하다.

미남축제는 끝나고 이제 여러 목소리를 담아야 할 피드백의 시간이다. 지금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취하면 밝은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