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해남사랑상품권의 10% 할인행사에 편법의 사재기가 몰고 온 파동은 애잔함과 착잡함이 뒤섞인 채 다가온다. '오죽했으면'하는 심정이 애잔함이요, '그렇더라도'하는 잣대가 착잡함이다.

경제학은 희소성에서 출발하고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도 무한하다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현실은 희소성이 지배하고, 이는 개개인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선택이라는 과제를 안겨준다. 이를 풀어가는 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경제원리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숱한 경제 활동을 한다.

오랜만의 해남사랑상품권 10% 할인행사는 희소성을 던져주었고 이를 어느 정도 배타적으로 얻고자 하는 원초적 경제본능을 자극했다. 희소성의 판단은 나름의 선택사항이다. 해남사랑상품권은 올해 상반기 내내 10% 할인이 이뤄졌고 추석 명절이 낀 9월 한 달에도 이어졌다. 이 또한 희소성이 있으나 그 정도가 3개월 만에, 그리고 단 이틀간 진행된 이번 할인행사보다는 낮게 다가왔다. '더 세진' 희소성은 판매 대행기관인 농축협에 '사전 주문'이라는 반칙의 유혹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5% 할인'이 상시 이뤄지고 있고, 30만원 한도를 감안하면 1만5000원의 경제적 이익에 너도나도 나선 셈이다. 희소성의 마법에 걸린 모양새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물이나 공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 희소성에 뒤처져 제 대접을 받지 못한 이치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애잔함과 착잡함이 동시에 다가온다.

금융기관으로서 기본원칙에 벗어난 농축협의 비상식은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조합원의 청탁성 사전 주문을 외면하지 못하고, 나아가 조합원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부추기기까지 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신뢰와 공정'의 공익적 가치가 내팽개쳐지고 '그들만의 리그'의 볼모로 전락한 꼴이다. 그러면서 공정의 경제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재기와 매점매석(買占賣惜), 입도선매(立稻先賣)가 용트림하게 됐다.

우리는 기회의 균등이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끈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이번은 기회의 균등이 무너졌다. 어느 촌로는 마침 해남읍 5일 장날(1일)을 맞아 오랜만에 장도 보고 해남사랑상품권도 구매하려고 겸사겸사 군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금융기관 영업 개시(오전 9시)에 맞춰 도착한 촌로는 '이미 소진됐다'는 창구 직원의 답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허탈함을 넘어 마음 한켠에 분노가 잉태됐을 것이다. 공정으로부터의 일탈은 사회를 좀먹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이번 사재기 파동은 1322명이 사전 주문한 3억9560만원 규모의 지류형 해남사랑상품권이 환수되는 선에서 외형상 일단락됐다. 이의 10% 할인액인 3956만원의 경제적 이득은 정상적인 절차라면 군민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사장되는 결말도 맞았다. 이런 기회의 상실은 개개인에게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이보다는 공정사회의 역주행 현상이 스스럼없이 벌어지고, 기본과 상식이 상처를 받은 게 본질이라고 봐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긴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마음가짐이 무대 위로 올라야 할 차례이다. 이참에 지역사회 저변에 기생하는 불공정이라는 반칙과 이별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 모두가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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