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과 캥거루 운전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이역만리(異域萬里)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가 우리 언어에 깊숙이 파고든 셈이다. 캥거루 어미는 태어나면 무게 1g에 불과한 새끼를 배 주머니(육아낭)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살피며 키운다.

여기서 나온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점프의 챔피언이라는 캥거루는 이동할 때 6m 가까이 껑충껑충 뛰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캥거루 운전은 이처럼 운전자가 과속하다 카메라가 설치된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고 단속 지점을 지나면 다시 가속하는 운전 행태를 이른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도로상에서 운전대를 잡고 캥거루 운전을 한 적이 없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과속 딱지'인 과태료(차량 소유자)나 교통 범칙금(운전자) 고지서를 받아본 적이 없는 운전자는 또 얼마나 될까.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의 과속차량 단속은 주로 고정식이나 이동식 카메라로 이뤄지고 있으나 보편화된 내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캥거루 운전만 부추긴 채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이 단속 지점에서 주의하라는 안내 자체에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위험 구간을 알려 사고율을 낮추는 목적이기에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한 게 암행순찰차이다. 전남경찰청은 암행순찰차를 고속도로(1대)에 이어 지난해부터 일반도로에도 2대를 투입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전남경찰청 집계에 의하면 지난 1월 한 달간 해남에서만 4243건의 과속차량이 암행차에 적발돼 교통위반 딱지를 받았다. 하루에 140건 가까이 걸린 셈이다.

해남에서 적발된 과속차량이 유독 많은 이유가 뭘까. 해남은 왕복 4차로인 공룡대로(문내~강진 성전 구간)를 중심으로 한 간선 도로의 통행 차량이 비교적 적은 탓에 캥거루 운전하기 딱 좋은 여건을 갖췄다. 전남경찰청은 사망 등의 교통사고 발생과 익산국토관리청이 운용하는 교통정보수집장치의 과속실태 자료를 참고해 그날그날 암행차를 투입할 도로를 선정한다. 해남지역 도로가 이런 조건에 들어맞아 집중단속이 이뤄진 것이다.

위반 딱지에 올라온 사진이 차량 뒷부분이면 암행순찰차에 걸렸다고 보면 된다. 암행차에 탑재된 카메라가 앞서가는 과속차량을 자동으로 찍게 되어 있다. 반면 사진이 차량 전면이면 고정식이나 이동식 단속카메라에 적발된 경우이다.

일반 승용차와 구별이 안 되는 암행차에 걸려 딱지를 받아든 운전자는 위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당하기 때문에 더 당황하게 된다. 일반 단속카메라에 걸리면 긴가민가하는 느낌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라도 하는데…. 경찰은 과속 단속기준을 드러내놓고 밝히지 않지만 통상 규정 속도의 10% 이상으로 보면 된다.

암행순찰차 단속 효과를 톡톡히 본 전남경찰청은 올해 일반도로에 5대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차종도 지금의 제네시스 G70에서 운전자가 더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형차나 승합차 등으로 다양화하고 색깔을 여러 종류로 한다는 생각이다.

운전하다 보면 이 눈치 저 눈치 봐야 하는데 식별도 안 되는 암행순찰차까지 살피려면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그리고 가뜩이나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 과속으로 생돈을 날려야 하겠는가. 이참에 사고위험의 가속 페달을 밟은 꼴인 캥거루 운전에서 졸업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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