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이번 추석에는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귀향 인파가 오랜만에 넘쳐날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향'하면 다정함이 다가오고 그리움과 아련함이 뒤따른다. 그러면서도 정작 고향에 대한 정의를 선뜻 내리는 게 쉽지 않다. 공간과 시간, 정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얼마나 살았고, 추억거리가 얼마나 담아있는지를 고향의 잣대로 삼는다.

사전적 의미의 고향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한다. 60~70년대 먹고살기 힘든 농촌에서 일자리가 있는 대도시로 떠난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세대에게 고향의 의미는 전라도 말로 똑 부러진다. 이들의 고향은 태어나서 자라나고 부모가 있고 추억도 넘친다.

이촌향도의 세대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향수의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고향은 있기 마련이다. 주로 유년기 시절, 그것도 정서가 쌓이기 시작하는 초등학교를 다닌 곳이 흔히 고향이라고 한다. 그립고 마음이 닿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고향을 두고 여러 말도 생겨났다. 요즘 대세로 자리잡은 귀향(歸鄕)은 마음이 내켜서 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낙향(落鄕)이라고 한다. 스스로 고향을 떠나면 출향(出鄕)이지만 타의에 의하면 실향(失鄕)이다. 실향민에게 향수(鄕愁)는 훨씬 진할 수밖에 없다.

출향인이 고향 사람의 복지에 일조하자는 취지의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해 지금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기부인데도 어쩐지 강제성이 풍기는 고향세라는 표현이 내키지는 않지만 대부분 사용하는 줄인 말이어서 이를 따른다.

일본에서 2008년 시작된 고향세는 누구나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자체에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제도이다.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낼 수 있으며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기부액의 최대 30%에 상당하는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출향인이 100만 원을 기부할 경우 30만 원의 답례품과 기본 공제 10만 원, 90만 원의 16.5%인 14만8500 원 등 24만8500 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의 절반 이상을 되돌려받는 셈이다. 이런 고향세가 정착되면 주민 복지 증진뿐 아니라 답례품으로 농특산물이 활용돼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리라 본다.

이런 탓에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마다 고향세 시행을 앞두고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해남군도 전담팀을 만들었고, 시행령이 공포되면 조례를 제정하고 답례품 선정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해남은 출향인이 해남 인구의 6배가 넘는 4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고향세의 안착을 위해 단지 애향심에 호소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래서 답례품 선정이 중요하다. 일본의 지난해 기부액이 전년보다 23%나 늘어나 8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는 실용성 있는 농축산물 답례품이 한몫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해남은 여느 지자체보다 우수한 농축산물 주산지라는 강점을 갖는다.

다만 이참에 해남의 발전상과 역사, 문화자원 등을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이를 함께 알리면 좋겠다. 출향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을 '땅끝 해남'의 관계인구로 확보해나가는 넓은 시야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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