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집단이다.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가족에서부터 회사, 학교, 종교단체, 지역사회, 국가, 세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사회의 크기에 따라 상호 관계의 긴밀함에 차이가 날지언정 어떤 형태로든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같은 시대뿐 아니라 이전 시대를 살다간 사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시공(時空)을 떠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사회를 떠나 살 수 없다. 밀림이나 외딴 섬에서 수십 년을 나홀로 살다 죽었다고 하더라도 애초의 태생은 가족이라는 사회의 산물이다. 사회는 구성원이 서로 협조하든 대립하든 그 울타리에서 부대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동체이다.

공동체에서는 어떤 형태로나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구성원인 사람은 '사회적'이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로 접촉을 줄이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에 많은 사람이 의문부호를 달았다. 시쳇말로 사회적 동물임을 포기하란 말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두면 된다며 '물리적 거리두기'를 권장했지만, 방역당국은 고집을 꺾지 않다가 방역단계를 완화한다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슬그머니 바꾸기도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이란 말이 기업 활동에 녹아있는 게 사회적기업이고, 범위를 넓힌 게 사회적경제기업이다. 일자리, 교육, 환경, 복지 등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의 일부를 기업이 대신 나서자는 취지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의 유형이 있다. 이 중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제공형, 일자리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 혼합형, 창의혁신형 등이 있다. NGO(민간 공익단체)와 영리기업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나 일자리 제공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으로 기업 활동을 한다.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말이 지향점을 잘 말해준다.

지난 7일 해남군민광장에서 22개 시군의 사회적경제기업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2 전라남도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시군 단위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더불어 사는 인간의 향기, 전남 사회적경제'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해남 9개를 비롯한 60개 기업의 부스가 운영되고 학술행사도 열렸다.

전남에는 현재 2000개 정도의 사회경제적기업이 있다. 해남에도 사회적기업 14개, 마을기업 19개, 자활기업 5개, 협동조합 72개 등 110개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좋은 일을 하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강하다. 세금 감면이나 컨설팅 제공, 시설비·부지 구입비 등의 여러 혜택이 주어지며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기업은 2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출발 선상에 머물러 있다. 이들 기업이 뿌리내리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주민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참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경제기업은 영리성과 공익성이라는 균형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안고 달려야 한다. 이런 기업이 우리 사회에 많아지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한층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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