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지난해 '오징어게임'에 이어 또다시 올해 추석 연휴 안방을 강타했다. 넷플릭스 OTT(Over the Top·영화나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는 이젠 시골 어르신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TV 리모컨을 몇 번 누르면 언제라도 손쉽게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대화 내용과 분위기 등이 자세하게 한글 자막으로 전달된다. 이런 서비스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지만 비장애인도 반긴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겐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를 폐쇄 자막(CC·Closd Caption)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음성 대사뿐 아니라 배경 음악과 소음 등의 정보도 자막으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작품에 폐쇄 자막과 화면 음성 해설(AD)을 하는 이유는 장애인을 위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지만 미국처럼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아직은 미흡하다.

6부작인 수리남은 실제 사건을 각색한 드라마이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수리남에서 암약한 한국인 마약상 조봉행과 그를 검거하려는 국정원의 작전에 참여한 민간인의 활약상을 그렸다. 드라마인 만큼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다. 조봉행이 한국에서 선박 냉동기사로 일했으나 마약상으로, 수리남에서는 한인교회 목사로 각색된 것이다. 조 씨는 2009년 상파울루 과룰류스 공항에서 브라질 경찰에 붙잡혀 2011년 국내로 압송된 뒤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해남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병 악화에 따른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6년 6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 드라마 덕분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시청자들이 수리남이라는 국가를 알게 된 홍보 효과도 가져왔다. 어렴풋이 아프리카 한 켠에 위치한 작은 나라 정도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브라질 위쪽에 자리한, 인구 6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이다. 다만 마약 온상지의 오명이 덧씌워져 수리남 당국이 드라마 제작자에 항의하고 법적 조치도 검토한다고 한다. 사실 특정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은 영화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번 수리남의 경우도 제스처에 그치면서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그렇더라도 영상물의 영향력은 엄청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지난해 해남에서 초청 강연을 한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발간하게 된 배경을 소개한 적이 있다. 중앙 일간지에 칼럼을 쓰기도 했지만 방송에서 강의를 하자 여러 출판사에서 앞다퉈 출간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영상 매체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영상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근래의 드라마나 영화의 힘이 크다.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리남 등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언론은 아시아의 대표는 일본,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서구인들은 '동양'하면 한국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많이 접하면서 서구에서 가장 친숙하게 다가오고 아시아의 대표 주자로 대접받는 단계에 오른 셈이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경제력이 바탕에 깔려있기도 하지만 대중문화도 이에 버금가는 원동력이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에 어필하는 우리의 문화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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