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동안 소비하는 김이 100억 장에 달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200장꼴로 먹는 것을 보면 가히 국민반찬이라 할 수 있다.김의 역사는 유구하다. 13세기 말 삼국유사에는 바다에서 채취한 김으로 추정되는 해조류 이야기가 나오고, 15세기 경상도지리지에 김의 옛 이름인 해의(海衣)에 대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김 양식의 시작은 세계 최초인 17세기로 알려진다. 영암 출신인 김여익(1606~1660)이 광양 태인동 아기섬(지금 광양제철소 부지)에서 대나무나 나무가지를 갯벌에 꽂아 포자가 자생하도록 하는 방법의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Blaiss Pascal·1623~1662)이 습관의 중요성을 함축해 놓은 명언이다. 그는 불혹(不惑)의 40세를 목전에 두고 요절했지만 사물의 이치를 일찍이 터득한 모양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인간은 가는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뛰어남을 갈파했다. 자동차 제동장치인 유압 브레이크도 '파스칼 원리'(유체 속에서 일부에
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인 마이클 샌델(67·Michael J. Sandel)은 한국을 ‘마음에 쏙 드는 아주 각별한 나라’로 여길 것이다. 자신의 인문학 저서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고작 10만부 안팎의 푸대접(?)을 받은 반면, 한국에서만큼은 100만부를 훨씬 웃도는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특별한’ 한국에서 몇 차례 강연을 했다. 이달 JTBC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두 차례 언택트 강연도 선보였다. 그의 주된 담론은 정의와 공정이다. 이들 주제가 우리나라에서 유달리 관심을 끈 바탕에는
화수분은 재물이 끝없이 나오는 상상 속의 보물단지이다. 다소 생소한 이 말은 진시황 시대의 설화 '하수분'(河水盆·황하 물을 담은 그릇)에서 나왔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 거대한 동이(물통)를 만든 뒤 황하의 물을 길어다 채워넣고 썼다. 물통이 어찌나 큰지 담긴 물을 아무리 사용해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우리나라에서 화수분으로 바뀌게 되었다.화수분을 얻고자 하는 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화나 민담, 전설로 내려온다.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千一夜話)에 나오는 '알라딘과 요술
축구국가대표팀이나 프로축구 경기에서 주장 선수는 팔에 완장을 찬다. 감독이나 동료 선수에 의해 뽑힌 주장은 그라운드의 일선 지휘관이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도 주장이 하는 게 원칙이다. 완장을 찬 선수는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 신망이 높아야 한다.그래서 '이방인' 박지성, 손흥민 선수는 대단하다. 그들은 축구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무대인 영국에서 소속 팀의 완장을 꿰찼기 때문이다. 팔에 두르는 완장(腕章)은 스포츠 무대에서 영광의 휘장이다. 이게 사회에서는 권력이나 권한을 가진
지구에서 가장 얼어붙은 곳을 찾으라면 단연 남극이 꼽힌다. 2010년 8월 위성으로 측정한 기온이 영하 94.7도이다. 땅 위에서 측정한 최저 기온 역시 남극 보스토크 기지로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 오로지 빙하로만 이뤄진 북극보다 땅덩어리인 남극 대륙이 훨씬 춥다.사람이 상시 거주하는 마을에서 최저 기온을 기록한 곳은 러시아의 오이먀콘이다. 1926년 1월 영하 71.2도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한참 북쪽에 위치한 이곳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51.3도. '얼지 않는 물'이라는 뜻의 오이먀콘에는 온천수가 흐르
새해 벽두 인구재앙을 알리는 두 건의 달갑지 않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줄었고, 또 하나는 22년 후인 2043년이 되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고령인구 비율)인 일본마저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182만9023명이다. 1년간 출생아가 27만5815명에 그친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7764명으로 2만838명이 감소한 것이다. 죽음이 탄생을 앞지르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
시간을 되돌려 12년 전 소의 해(己丑年) 벽두인 2009년 1월 15일,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개봉됐다. 메가폰을 잡은 이충렬 감독은 영암에서 농사짓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영감을 얻었다. 워낭은 소나 말의 목에 달아놓은 방울.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사람과 소의 아름다운 동행을 애잔하게 그려냈다. 경북 봉화의 최원균 할아버지는 10년 된 누렁이라는 소와 인연을 맺은 후 30년째 들녘에서 함께 일하며 동고동락해온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정도 되는데, 누렁이는 40년을 살고 있다. 날마다 아픈 다리를 끌고 소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 드릴 때/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지구촌 곳곳에서 노래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의 개신교 가사(찬송가 109장)이다.가톨릭의 번역본(성가 99번)은 약간 차이가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만상이 잠든 때/홀로 양친은 깨어있고 평화 주시러 오신 아기/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201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 노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는 데 겨울에는 오히려 더 추워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지구 중위도를 한 바퀴 도는 편서풍(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정하게 부는 띠 모양의 바람)인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방어선 역할을 한다.근데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 제트기류의 세력이 약해져 밀려나게 되고, 그러면서 찬 공기가 남하해 한파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2004년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투모로우'(원제는 The day after Tomorrow, 직역하면 모레이지만 영화에서는
'제3의 물결'에서 지식정보시대를 예견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또 다른 저서 '부의 미래'에서 미래 먹거리를 이렇게 내다봤다.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제3의 맛은 발효이며 세상은 서서히 발효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미국의 권위 있는 건강전문지 '헬스'는 지난 2006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김치와 일본 낫토, 스페인 올리브유, 인도 렌틸콩, 그리스 요거트를 꼽았다. 이 가운데 김치와 낫토, 요거트는 발효식품이다.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채소를
나흘이 지나면 달력도 마지막 한 장만 덩그러니 남는다. 바야흐로 12월이다. 연말이면 여러 가지 일로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에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수식어가 으레 붙는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라는 역병이 모든 걸 집어삼켜버린 블랙홀이 되었다. 단 하나, 코로나로 인해 숱한 고난이 파생되면서 '일사다난'(一事多難)의 한 해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직장인에게 '연말' 하면 송년회, 그리고 술자리가 떠오른다. 예전 이런 회식자리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분위기를 띄운다는 미명 아래
산행이나 산책길, 비교적 넓은 보도에서 바삐 걸을 때 가끔 겪는 상황이다. 나는 우측보행을 하는데, 마주오는 사람이 좌측보행을 할 땐 누군가 피하지 않으면 충돌하게 된다. 서로 양보하다보면 또다시 충돌 직전에 맞닥뜨린다. 순간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부딪히지 않고 지나치다 보면 겸연쩍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약속'인 우측보행에 익숙하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다.차량의 우측통행은 당연시 된다. 그렇지만 우측보행의 원칙은 낯설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행의 경우 '헷갈리게' 좌측을 고집하다가 20
2200여 년 전인 기원전 3세기,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나라는 엇비슷한 시기에 통일의 시대를 연다.동양에서는 기원전 221년, 진나라가 550년간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다. 서양에서는 이보다 1년 전인 기원전 222년, 고대 로마가 오랜 정복전쟁을 거쳐 로물루스가 로마라는 도시를 건설한 지 530년 만에 북부 밀라노를 완전 장악하며 지금의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게 된다.다만 두 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진나라는 흉노족(몽골의 한 부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는다. 수성(守城), 즉 단절을
중국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하이난섬(海南島·해남도)과 황산(黃山)이 있다.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관광지로 1988년 22번째 성(省)으로 승격됐다. 중국은 대만(타이완)도 23번째 성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대만은 국제적으로 중화민국(中華民國)의 국호를 가진 독립된 나라이다. 우리가 남북관계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들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쪽이란 의미로 양안관계(兩岸關係)라고 한다.중국 안후이성(安徽省·안휘성)에 위치한 명산(名山) 황산은 우리 지역의 황산과 한자 지명, 발음도 똑같다. 중국의 모든 산의 아름다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햇볕이 따스하다고 느끼게 되는 계절이 오면 '가을 탄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 때가 되면 이유 없이 무력감을 느끼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우울증이 이런 것인가'하는 고민도 든다. 이를 의학적으로 '계절성 기분 장애'라고 한다.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들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보다 위도상 북쪽에 위치한 독일에서는 햇빛 부족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심리학 연구도 앞서있다.흔히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은 해마다 10월 첫째 월요일에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매일 6개 부문별로 수상자가 발표된다. 상금은 노벨 재단이 운용하는 기금의 이자 수입을 통해 마련되기 때문에 매년 약간씩 차이가 나는 데, 올해는 부문별로 13억 원 정도이다. 두 명이 공동 수상하면 절반씩 나눠 갖는다.올해로 120회를 맞는 노벨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다소 의외이다.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프랑스 신문이 노벨 형의 사망을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부음기
여의도 정치판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카투사(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복무 당시 '특혜 휴가' 논쟁으로 뜨겁다. 무릎수술과 치료를 이유로 19일간의 1, 2차 병가에 이은 4일간의 정기휴가를 두고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청탁이 개입했는지가 쟁점이다. 언론은 이런 의혹을 재생산해 실어 나르기 바쁘다.진실이 밝혀질지, 아니며 묻힐지는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정쟁의 한 수단으로 진행되는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 이 문제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할 정도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언택트(비대면)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귀성(역귀성)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명절이 다가오면 여러 사정으로 으레 한 번쯤 해보는 고민거리지만,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온 나라를 덮친 2020년 추석에는 여느 명절보다 그 무게가 더하다. 가면 불효, 안 가면 효도가 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가 되는 '대이동'을 감안하면 이번만큼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공감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축은 지방의회이다. 우리나라 지방의회 역사는 오래된 듯싶지만 내용을 파고들면 허약하기 그지없다. 첫 지방의회 선거는 한국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1952년 4월 실시된다.시·읍·면 의원으로 구성된 당시 지방의회는 9년간 유지되다 1961년 5·16쿠데타로 생명이 끊어진다. 박정희는 지방의회 구성을 미루다가 1972년 유신헌법에서 '조국통일'이란 얼토당토 않는 궤변으로 도입을 막았다. 박정희의 아류인 전두환은 '재정 자립도'를 내세우며 지방의회를 외면하더니, 그의 아바타인 노태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