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가보니 애국자는 단 한 사람도 없더라." 황산 출신으로 해남·진도지역구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정일 의원이 생전에 한 말이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선량들이 말로는 국가를 외치지만 정작 저마다 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음 기사만 뺀 어떤 내용이라도 언론에 노출되면 좋다는 얘기도 있다. 인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의 얘기이나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터이다.동서고금, 아니 앞으로도 정치판에서 이런 선사후공(先私後公)이 사라지길 기대한다는 것은 순진무구한 생각
'올여름이 가장 더운 것 같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이면 어김없이 쏟아내는 말이지만 올해는 기상 지표를 보더라도 엄살만은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 7월 상순 평균기온이 27.1도를 기록해 1973년 기상 관측망이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이래 50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하기 때문이다.엊그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급 물폭탄을 맞았다. '국지성 호우'는 흔히 일어나지만 이번엔 극히 제한된 지역에 엄청 쏟아진 '초국지성 호우'가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중부지역은 물난리를 겪고, 호남을 중심으로 남부지
서울 지하철역(4·6호선) '삼각지' 명칭은 일본이 1906년 경부선 철로를 부설하면서 생긴 한강·서울역·이태원 방면의 세 갈래 길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인근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하지만, 이곳에는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입체 회전교차로인 '삼각지로터리'가 생겼다.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1994년 철거되기까지 27년간 나름 서울의 명물로 유명세를 탔다.삼각지로터리가 유명해진 것은 가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잃어버
공무원에게 '직급 상승'과 '급여 인상' 가운데 굳이 택일하라면 주로 '직급 상승'에 줄을 선다. 공직 사회에서는 여느 조직보다 승진에 목을 맨다. 명예는 높아지고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승진하면 급여 인상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따라서 '택일'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7급으로 입문한 현직 공무원이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웬만하면 공무원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 이유로 6가지를 꼽았다.워라밸(work-life bal
정치는 충돌하는 의견이나 갈등을 조정하는 넓은 의미도 갖지만 어쨌거나 국가권력을 차지하려는 활동이다.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자 수단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 바로 정당이다.정치와 권력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한 몸뚱이다. 정치, 아니 권력의 세계가 비정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하는 입장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억울한 일도 수두룩하다. '토사구팽'은 중국 고사성어인 '교토사, 주구팽(狡兎死, 走狗烹)'에서 유래한다. '(쫓기던)교활한 토끼
물을 한껏 머금은 수박은 목마른 여름이 제철이다. 시설하우스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대부분 과일이 사람에 의해 철을 빼앗겼다고 하지만 그래도 과일은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다.제철을 앞둔 수박이 정치권에서 어쩌다 금기어가 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한 것이다. 수박이 당내에서 인신공격이나 분열적인 은어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더 문제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지자가 이낙연 측의 친문계를 비난할
어릴 적 살던 시골 면에는 5일장이 서지 않았다. 어머니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10리(4㎞)도 넘는 인근 면의 5일장을 걸어서 다녀왔다. 새벽에 출발해도 해 질 녘에야 집에 도착했다. 꼬박 하룻낮을 걸어 몸은 파김치가 되곤 했다. 교통편이 부족해 장날엔 버스를 타는 게 언감생심이다. 큰 짐은 옆 마을 아저씨의 말이 끄는 달구지에 맡기고 가벼운 물건은 머리에 인 채 10리 길을 되돌아왔다. 그때 우리는 달구지를 구르마(수레의 사투리)라고 불렀다.지금도 가끔 어머니에게 어떤 대답이 나올지 알면서도 묻는다."장날에 다른 생선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산다. '표'를 먹고 사는 선량은 그래서 대단하다. 의원에게 선수(選數)라는 게 있다. 당선 경력을 이르는데, 군대의 '짬밥'과 엇비슷하다. 경륜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지방의회는 1991년 부활했다. 4년 후 치러진 1995년 두 번째 지방의원 선거는 민선 단체장도 함께 뽑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1회 당선인의 임기는 국회의원 선거와 2년 터울을 유지하기 위해 3년으로 1년 단축되기도 했다. 그래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오는 7월 1일
'초복이 지나도 비는 오지 않았다. 중복이 지나도, 말복이 지나도 비는 오지 않았다. 논에서는 땅이 쩍쩍 갈라졌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우물물도 줄어들어서 동네에서는 하루에 세 동이 이상은 한 집에서 못 길러가게 하는 새 규칙을 세우고 밤이면 엄중하게 파수(把守)를 보았다. 금성산에 분묘(墳墓)도 파러 갔고 부인들이 하는 미신적 행동이란 행동은 다 따라가며 하였다.' 목포 출신 작가 박화성이 1935년 발표한 나주를 무대로 한 소설 '한귀(旱鬼)'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귀는 가뭄을 맡고 있다는 귀신이다
연차가 좀 되는 운전자라면 하나의 기름값만 보면 다른 유종의 가격도 미루어 짐작한다. 예전에 주유소 휘발유값이 ℓ당 1500원이면 경유는 1200~1300원, LPG는 700~800원 정도 될 것으로 여겼다. 이런 기름값 통념은 2000년 이후 단행된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안에 뿌리를 둔다.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의 상대가격이 100대 85대 50으로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요즘 들어 경유가 휘발유를 추월하자 경유 차를 몰지 않는 운전자도 '왜'라는 물음표를 자주 던진다. 이런 역전 현상을 '생전 처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을 최고 덕목으로 삼고, 다수결 결정 방법으로 선거라는 요식행위가 지금으로선 최상의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뽑는 절차인 선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손을 들거나, 박수로 결정하기도 하지만 주로 투표라는 행위로 이뤄진다. 투표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인 의사 표현이다. 다만 투표가 곧 선거라고 할 수는 없다.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는 누군가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그런데 6·1 지방선거에서 투표 없는 선거가 곳곳에 널
'땅끝에 서서/더는 갈 곳 없는 땅끝에 서서/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새 되어서 날거나/고기 되어서 숨거나/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 간에/변하지 않고는 도리 없는 땅끝에/혼자 서서 부르는/불러/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어/저 바다만큼/저 하늘만큼 열리다/이내 작은 한 덩이 검은 돌에 빛나는/한 오리 햇빛/애린/나.'(김지하 의 '애린'/1986)땅끝을 배경으로 한 '애린'은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존재'라고 했다. 땅끝전망대 바로 아래에 서 있는 시비(詩碑)는 오가는 사
구시대의 부정적인 사회나 제도, 고난의 인생 역정을 끄집어낼 때 '쌍팔년도' '58년 개띠'라는 말이 예전엔 곧잘 쓰였다. '쌍팔년도'는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해(기원전 2333년)를 기준으로 한 단기(檀紀) 4288년에서 파생됐다. 서기(西紀)로 환산하면 한국전쟁이 끝나고 2년이 흐른 1955년이다. 당시 농촌 안방에는 국회의원 얼굴 사진이 들어간 달랑 한 장짜리 달력이 벽 한 켠을 차지했다. 서기가 일반화되지 않던 시대, 달력엔 으레 단기로 해를 표시했다. 미국이 던져주는 곡식으로
대흥사 경내에 자리한 표충사(表忠祠)는 서산대사를 기리는 사당이다. 사당(祠堂)은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곳으로 유교 문화와 밀접하다. 그래서 불교를 구현하는 사찰 중심에 유교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아주 독특하다.대흥사는 신라 말기에 창건되어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실 고만고만한 사찰에 불과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서 승보사찰(僧寶寺刹) 종갓집의 위상은 서산대사와 표충사, 그리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선 조선 정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묘향산에서 수행하던 73세의 서산대
'나잇값'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공자의 제자들이 쓴 논어에는 72년을 살다간 스승의 삶에서 매긴 나잇값이 나온다. 15세 지학(志學·배움에 뜻을 둠), 30세 이립(而立·자립), 40세 불혹(不惑·미혹됨이 없음), 50세 지천명(知天命·하늘의 뜻을 앎), 60세 이순(耳順·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이해함), 70세 종심(從心·마음대로 해도 도에 어긋남이 없음)이 그것이다. 2500년이 흐른 지금도 나잇값을 이를 때 곧잘 인용된다.공자가
흔히 주량의 기준을 소주로 삼는다. '맥주 ○병', '막걸리 ○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가장 친숙하고, 그래서 국민주이자 서민주인 '소주 ○병'이라고 해야 주량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가끔 두주불사(斗酒不辭)도 등장한다.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주량이 아주 많다는 뜻이다. 말술을 소주로 치자면 어마어마하다. 한 말은 10되(18리터), 곧 100홉이다. 유방의 부하 번쾌에 얽힌 중국 고사성어인 '두주불사'에 나오는 술이 소주는 아니지만, 굳이 소주로 환산하면 2홉들이(3
어느 지인의 부친은 해남읍에서 법무사로 일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됫병 소주를 비웠다고 한다. 몇 년 후 지인의 아버지는 작고했지만, 십수년 흐른 지금도 '낮술', '깡소주'(강소주)라는 말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됫병 소주'는 한 되(1.8리터) 분량이어서 2홉들이(360ml) 소주 5병을 매일 마셨다는 얘기가 된다. 소주잔(50ml)으로 가득 채우면 36잔, 흔히 사용하는 맥주잔(225ml)으로 8잔이다. 이런 주량에다가 낮술은 '애미애비(어미, 아비)도 못 알아본다'는 말
20대 대선이 100점을 나눠 갖는 경기라면 윤석열의 0.73점 차 신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 이전만 하더라도 호남인 사이에는 '누굴 응원해야 하냐'며 서로의 생각을 끄집어내려는 탐색전이 활발했다. 마땅히 응원할 선수가 없어 고민이 깊던 차에 다른 사람의 의중이라도 떠보려는 심산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의 점수가 매겨지자 '아쉬운 경기'라며 너도나도 속살을 드러낸다. 우리는 역시 '한통속'임을 확인하면서 받는 위안일까.경기에서 패배한 원인 분석도 나름 프로급이다. 그중에는 등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4대 원칙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이른다. 그런데 보통선거와 평등선거의 차이는 지금도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별'의 반대편인 '보통'은 결격 사유가 없으면 일정 나이에 이른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1인 1표를 부여하는 평등선거를 당연히 포함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평등은 표의 가치가 똑같은, 즉 등가성(等價性)의 의미도 내포한다. 하지만 대부분 선거는 표의 가치가 다르다. 유권자 10만 명과 20만 명의 선거구에서 각기 1명의 국회의원을 뽑을 경우
최근 해남에는 '지구온난화'가 용의선상에 오른 두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김 황백화 현상이고, 다른 하나가 꿀벌 실종 사건이다.김 황백화의 주범으로 온난화를 지목하는 데는 다툼이 별로 없어 보인다. 황백화는 해조류가 본래 검거나 붉은 색깔을 띠어야 하나 노랗고 하얗게 변하는 모습이다. 황백화 현상은 따뜻한 해수로 이상 증식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다의 영양분을 먹어치우고, 이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린 김·다시마 등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주로 여름에 발생하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한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