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4·6호선) '삼각지' 명칭은 일본이 1906년 경부선 철로를 부설하면서 생긴 한강·서울역·이태원 방면의 세 갈래 길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인근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하지만, 이곳에는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입체 회전교차로인 '삼각지로터리'가 생겼다.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1994년 철거되기까지 27년간 나름 서울의 명물로 유명세를 탔다.

삼각지로터리가 유명해진 것은 가수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비에 젖어 한숨 짓는 외로운 사나이가/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남진 등 유명 가수에게 퇴짜를 맞기도 한 이 노래는 무명인 배호가 불러 일약 최고 스타가 됐다. 노래가 나올 때 정작 입체교차로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가사 내용도 차들이 원형으로 회전하는 로터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냥 삼각지에서 연인을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간다는 내용인데도 사람들은 노래와 로터리를 묶어 받아들였다. '돌아가는 삼각지'가 60년대 후반에 세상에 나왔으니 60대 후반의 나이 지긋한 분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배호는 29세의 나이로 요절해 그 애절함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삼각지에는 지금도 배호 동상과 노래비가 세월을 지키고 있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회전교차로는 로터리(원형교차로)와 큰 틀에서 한 묶음이지만 다소 다르다. 로터리는 규모가 크고 때로는 신호등이 있으며, 진입 차량이 우선이다.

이와 달리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비교적 적은 곳에 설치된다. 해남에도 국도와 지방도 교차지점 19곳에 설치됐으며 읍 학동교차로, 법원사거리, 해남공원사거리에도 신설 계획이 있다. 회전교차로가 보편화되면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지난 12일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운전자에겐 여전히 헷갈리고 익숙하지 않다.

회전교차로 통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회전하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는 점이다. 차량이 교차로에 무턱대고 들어오면 회전 차량은 멈춰야 하고, 덩달아 뒤따르는 차도 연쇄적으로 정지할 수밖에 없다. 고도리나 농협주유소 교차로에서 종종 목격되는 장면이다. 원활한 교통 흐름이라는 취지가 줄어드는 현장이기도 하다. 진입하는 차량은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차량은 우측통행하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은 당연하다. 진입하는 차량은 우회전의 경우 우측 방향지시등, 직진이나 좌회전, 유턴의 경우는 좌측 방향지시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나가고자 하는 차량은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 다른 차량 운전자에 미리 알려야 한다.

2차로가 있는 회전교차로에서 가장 헷갈리는 게 우선순위이다. 일단 많이 회전하는 차량(좌회전, 유턴)은 1차로(안쪽), 조금 회전하는 차량(우회전, 직진)은 2차로(바깥)를 이용한다. 1차로를 도는 차량이 나가려면 미리 2차로로 변경하지 말고 곧바로 빠져나가야 한다. 회전 도중에 차로를 변경하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선권은 나가는 차, 회전하는 차, 진입하는 차 순으로 주어진다.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다음 달 12일부터 회전교차로 통행수칙 위반차량에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를 떠나서 교통질서는 운전자 모두가 수혜자가 되도록 한다. 회전교차로는 원활한 소통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취지이다. 양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교통질서가 몸에 배야만 두 마리 토끼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