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남에는 '지구온난화'가 용의선상에 오른 두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김 황백화 현상이고, 다른 하나가 꿀벌 실종 사건이다.

김 황백화의 주범으로 온난화를 지목하는 데는 다툼이 별로 없어 보인다. 황백화는 해조류가 본래 검거나 붉은 색깔을 띠어야 하나 노랗고 하얗게 변하는 모습이다. 황백화 현상은 따뜻한 해수로 이상 증식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다의 영양분을 먹어치우고, 이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린 김·다시마 등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주로 여름에 발생하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한겨울에 나타났다. 수확철에 뜬금없는 황백화로 김 농사를 망친 어민들은 누굴 탓하고 원망해야 할까. 해수온 상승, 곧 온난화에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게 됐다.

꿀벌 집단 실종 사건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온난화가 미심쩍어 보인다. 정작 일벌이 사라져 물증을 찾지 못하지만 살충제, 전자파, 바이러스, 진드기, 곰팡이, 온난화 등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근데 실종 사건이 해남을 비롯한 전남과 제주도, 영남 등 주로 남부지방에서 발생한 것을 보면 온난화가 일단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벌의 월동을 방해하고 유해한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불러왔을 거란 의심이 든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사건은 단순 실종에 그칠 일이 아니다. 꿀벌은 식물의 수분(受粉) 매개체이다.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산물 생산과 자연 생태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주범을 찾아내고 재발 방지책도 세워야 한다.

두 사건에서 보듯이 온난화의 여파는 우리 주변의 사방에서 스멀스멀 다가온다. 저 멀리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나중에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른바 나비효과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짙어지면서 대기의 열을 붙잡아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여름철에 이상 고온과 집중호우, 기나긴 장마로 이어지고 해수온이 상승한다. 겨울철의 기록적인 한파도 일단 온난화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의 한기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런 기후변화의 대부분 현상은 지난해 해남에서 이미 경험했다. 지난해 1월 역대 최저인 영하 17.1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여름에는 물폭탄을 맞은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엊그제 발표한 6차 보고서에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2030년 중반 이후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미래 모습도 담겼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늘어나고 조개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쌀 생산량도 3~7% 감소하고, 어류 생산량은 49% 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물론 복원력을 회복하는 새로운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탄소중립만으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되 그래도 발생되는 온실가스는 숲 조성 등을 통해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게 이뤄지더라도 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할 뿐이지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즉 온난화에 따른 여러 위험요소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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