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의 4대 원칙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이른다. 그런데 보통선거와 평등선거의 차이는 지금도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별'의 반대편인 '보통'은 결격 사유가 없으면 일정 나이에 이른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1인 1표를 부여하는 평등선거를 당연히 포함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평등은 표의 가치가 똑같은, 즉 등가성(等價性)의 의미도 내포한다. 하지만 대부분 선거는 표의 가치가 다르다. 유권자 10만 명과 20만 명의 선거구에서 각기 1명의 국회의원을 뽑을 경우 표의 가치는 두 배 차이가 난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기표 용지를 선거보조원이 받아 공개된 용기에 대리로 넣은 것은 엄밀히 말하면 직접·비밀선거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지는 기표 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 때문이다. 해남의 14개 읍면별 사전투표소에서도 별도로 마련한 플라스틱 바구니에 대리로 기표 용지를 넣었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에서는 숱한 종류의 투표와 선거가 치러진다. 투표와 선거는 하나인 듯 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투표는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의 하나이고, 선거는 대표자를 뽑는 행위이다.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를 선거라고 할 수 없고, 무투표 당선이나 정당 공천 등 선거가 반드시 투표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선거일이나 투표도장에는 나름의 연유가 있다.

우선 선거일을 보자. 선거법은 대선, 총선, 전국동시지방선거 날짜를 각기 임기만료일 전 (70일, 50일,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선거일이 민속절·공휴일이거나 앞뒤 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주 수요일로 하고 있다. 왜 한 주의 한복판인 수요일일까. 여행이나 다른 개인 일정을 짜기 좋은 연휴를 막아 투표율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이런 규정이 없다면 이번 대선일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일(5월 9일) 전 70일(2월 27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인 3월 2일이다. 전날이 3·1절로 공휴일이어서 다음 주로 결정된 것이다.

투표도장 속의 문양인 '卜'(점 복)은 무효표를 줄이려는 방편이다. 용지를 접었을 때 반대쪽에 묻더라도 비대칭이어서 처음 찍힌 위치를 판별할 수 있다. 1991년까지 사용됐던 '○' 문양은 완전 대칭이어서 무효표 시비가 많았다. 이듬해 도입한 '○' 안의 '人'(사람 인)도 좌우 대칭이어서 1994년부터 지금의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촘촘히 짜인 투표와 선거라는 절차는 다수결(多數決)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대전제로 한다. 사실 다수결은 과반수가 되어야 비로소 의미를 완성한다. 대선에서 절반을 넘는 국민(투표자)이 다른 후보를 찍어도, 즉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민의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결선투표가 해결 방안이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차선책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과반에 다소 못 미치는 48.5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을 찍지 않은 투표자가 더 많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다. 그게 민주주의가 금과옥조로 삼는 다수결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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