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이 가장 더운 것 같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이면 어김없이 쏟아내는 말이지만 올해는 기상 지표를 보더라도 엄살만은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 7월 상순 평균기온이 27.1도를 기록해 1973년 기상 관측망이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이래 50년 만에 가장 높다고 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급 물폭탄을 맞았다. '국지성 호우'는 흔히 일어나지만 이번엔 극히 제한된 지역에 엄청 쏟아진 '초국지성 호우'가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중부지역은 물난리를 겪고, 호남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은 여전히 가뭄에 목이 탄다.

'기록은 어차피 깨진다'고 하지만 기상에선 유독 신기록의 주기가 짧다. 이런 원인에는 어김없이 기후변화가 소환된다. 폭우, 폭염, 한파로 특정되는 기후변화는 지구 온난화에 기인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데서 찾아진다. 태양열을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붙잡은 온실가스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산화탄소가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주범은 곧 인간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전방위로 나타난다. 가뭄과 홍수, 폭우, 한파 등 잦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빙하가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상승한다.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점차 물에 잠겨가고 결국 육지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곳 주민은 인류 최초로 환경 난민의 위기에 놓인 셈이다.

해남이라고 기후변화의 중심에서 비켜나지 못한다. 요즘의 가뭄이 그렇고, 지난겨울의 김 황백화 현상과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이 두드러진다. 2년 전의 기록적인 호우와 역대급 한파도 온난화의 파생물이다.

기후변화를 잡아보자며 화두로 자리 잡은 게 '탄소 중립'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똑같이 해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205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이 솔라시도 기업도시의 지향점도 탄소 중립이다. 이곳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방안이 곧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다. 입주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얼마 전 해남이 목포, 영암과 함께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개조를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의 기반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해남에서는 전기차 개조 때 이뤄지는 모터, 배터리, 프레임 등 중량 변화에 따른 주행 안전성을 실증하는 터전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석유를 원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오는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의 중심에 선 현대자동차는 아직 뚜렷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2040년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100년 넘게 수송의 왕자 자리를 지켜온 내연기관차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20~30년 후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전기차를 움직이는 전력생산에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탄소 중립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고리를 끊거나 정말 순수 에너지인 수소차가 대세가 되어야 진정한 탄소 중립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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