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직급 상승'과 '급여 인상' 가운데 굳이 택일하라면 주로 '직급 상승'에 줄을 선다. 공직 사회에서는 여느 조직보다 승진에 목을 맨다. 명예는 높아지고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승진하면 급여 인상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따라서 '택일'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7급으로 입문한 현직 공무원이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웬만하면 공무원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 이유로 6가지를 꼽았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 업무 인수인계가 없고, 박봉과 낮은 연금,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6급만 달면 일을 안 한다고 했다. 객관적 사실에서 일부 오류가 있더라고 MZ세대의 공시족 사이에서 공감을 얻은 모양이다. 공무원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진다지만 여전히 '좁은 문'이다.

일반 공무원의 직급은 1~9급으로 이뤄진다. 9등급 체계는 일제 강점기 이래 줄곧 이어진다. 2~5급을 갑, 을로 바꿨다가 1981년 1~9급 체계로 되돌리고, 2000년 고위공무원단(고공단·1~3급) 제도가 도입됐지만 골격은 변한 게 없다.

공무원은 직급에 따라 직책과 직위가 주어진다. 기초자치단체인 해남군의 경우 9급(서기보), 8급(서기), 7급(주사보)의 대외 직함은 주무관으로 통칭된다. 팀장인 6급(주사)부터 직책이 부여된다. 5급(사무관)은 군청 과장이나 면장, 4급(서기관)은 군청 실장이나 보건소장, 해남읍장을 맡는다. (광역단체인 전남도는 6~9급이 주무관, 5급은 팀장, 4급은 과장에 보임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통령에게 기초단체 부단체장 직급을 군의 경우 4급에서 3급으로, 시·구청은 3급에서 2급으로 (상향)조정을 건의해 행안부가 심의에 들어갔다." 이유는 공무원 지휘에 애로가 있다고 했다.

시·군·구 부단체장의 직급은 인구 10만 이하 4급, 10만~50만 3급(부이사관), 50만 이상 2급(이사관)이다. 해남의 부군수는 전남의 여느 군 단위와 마찬가지로 4급이 맡고 있다. 부군수 직책이라지만 4급의 동일한 직급을 지휘하면 한편으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남도지사도 역임한 대구시장은 일선 공직 사회에서 이런 어려움을 여러 경로로 들었을 것이다.

기초단체 부단체장의 위치는 어찌 보면 어정쩡하다. 지방자치법에 임명권은 단체장에게 있다지만 현실에서는 상급기관이 사실상 결정하고, 인사위원장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허울뿐이다. 1~2년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파견 공무원'이나 '영혼 없는 공무원'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떠돌이 행성처럼 여러 지자체를 전전하며 '직업이 부군수'이거나 과장보다 힘없는 부군수도 많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언젠가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직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이다.

유권자의 손으로 뽑는 민선 단체장의 직급은 따질 수 없지만 의전상 부단체장보다 1단계 상급으로 예우하는 게 일반적이다. 광역단체장(의회 의장)이나 교육감이 차관급, 시장은 2급, 군수는 3급에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출직의 특성상 위상이나 권한은 동일 직급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갓 입성한 국회의원도 차관급 대우를 받지만 장관에 거리낌 없이 호통을 친다.

근데 군수(郡守)는 '군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요즘처럼 줄어드는 인구를 지키는 의미가 더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소멸위험'을 막아내야 하는, 그래서 쉽지 않은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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