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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와 말의 품격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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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1  15: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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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축은 지방의회이다. 우리나라 지방의회 역사는 오래된 듯싶지만 내용을 파고들면 허약하기 그지없다. 첫 지방의회 선거는 한국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1952년 4월 실시된다.

시·읍·면 의원으로 구성된 당시 지방의회는 9년간 유지되다 1961년 5·16쿠데타로 생명이 끊어진다. 박정희는 지방의회 구성을 미루다가 1972년 유신헌법에서 '조국통일'이란 얼토당토 않는 궤변으로 도입을 막았다. 박정희의 아류인 전두환은 '재정 자립도'를 내세우며 지방의회를 외면하더니, 그의 아바타인 노태우도 국회에서 통과된 지방자치법 개정안마저 거부권을 행사하며 저지했다.

그러자 DJ(당시 평화민주당 총재)는 13일간 단식을 통해 죽어있던 지방자치를 살려내려고 목숨을 걸었다. 마침내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는 실종된 지 30년 만인 1991년 3월과 6월에 되찾게 된다. 이런 눈물겨운 투쟁과 우여곡절을 거친 지방의회가 내년이면 '부활 30년'을 맞는다. 지방의회는 어렵게 되살려낸 만큼이나 값진 성과물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의회(Parliament)라는 단어는 '말하다, 털어놓다'(Parler)를 어원으로 한다. 그래서 의회주의는 활발한 토론과 협상, 대화를 생명으로 한다. 의회주의의 매개는 곧 언어이다. 의회의 수단이 말로써 이뤄진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격언과 속담은 숱하게 널려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 속담이나 '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는데,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다'는 베트남 속담이 그것이다.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왕이 신하 둘을 불러 상반된 임무를 줬다. 한 신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다른 신하에게는 가장 악한 것을 가져오라는 것. 두 신하가 세상을 돌아다닌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사람의 '혀'. 혀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도, 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부활돼 서른 살을 목전에 둔 지방의회가 여전히 욕설과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국 어느 지방의회도 '시정잡배의 놀이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일 해남군의회에서는 극단의 욕설이 5분 가까이 회의장을 지배했다. 동네 친목회 술판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추태였다. 이는 의회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재앙에 가깝다. 파행으로 특별위원회 구성도 못했기 때문이다.

말은 인격이라고 한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생각과 인격을 망가뜨리게 된다. "생각이 언어를 부패시킨다면 언어 역시 생각을 부패시킨다"는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표이다. 자신을 뽑아준 주민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주민이 불쾌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친다면 막말 파동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해남군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지방자치법에는 '셀프 징계'로 공개회의에서 사과나 경고,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등 네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솜방망이 징계도 없는 것보다 낫지만, 의회를 스스로 먹칠하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지방의원 각자가 주민 대표라는 소명감과 자질 향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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