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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교차로의 부활
양동원 편집국장  |  dwyang9@h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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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0  09: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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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나 산책길, 비교적 넓은 보도에서 바삐 걸을 때 가끔 겪는 상황이다. 나는 우측보행을 하는데, 마주오는 사람이 좌측보행을 할 땐 누군가 피하지 않으면 충돌하게 된다. 서로 양보하다보면 또다시 충돌 직전에 맞닥뜨린다. 순간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부딪히지 않고 지나치다 보면 겸연쩍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약속'인 우측보행에 익숙하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차량의 우측통행은 당연시 된다. 그렇지만 우측보행의 원칙은 낯설다는 생각마저 든다. 보행의 경우 '헷갈리게' 좌측을 고집하다가 2010년에야 우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우측통행이 원칙이다. 고종황제 때인 1905년 '보행자와 차마(車馬)의 우측 규정'이 명문화되기도 했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 그들의 입맛에 따라 사람과 차량이 좌측통행으로 바뀐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차량은 우측통행으로 복귀한 반면, 좌측보행은 변경되지 않았다.

전 세계 193개 국가(유엔 기준) 가운데 우측통행이 70% 이상인 140개국으로 대세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영국이나 일본의 영향으로 좌측통행이다.

영국과 일본이 좌측통행을 하게 된 배경은 다르다. 영국은 마차의 영향이 컸다. 우측통행일 경우 주로 오른손잡이 마부가 휘두르는 채찍이 인도로 향해 걷는 사람이 다친다. 일본 에도시대에 무사(사무라이)들은 칼끝이 왼쪽 아래로 향하는 대각선으로 칼을 찬다. 좁은 길에서 우측통행을 하면 칼끝이 자꾸 부딪힌다. 이 때문에 두 나라는 좌측통행을 하게 됐다.

우측통행의 미국도 마차와 관련이 있다. 영국과 달리 서부개척 시대에는 여러 필의 말(주로 네 마리)이 끄는 커다란 마차가 필요했다. 마부석이 따로 없어 왼쪽 뒤편의 말에 올라타 왼손으로 말고삐를, 오른손으로 채찍을 잡고 조종했다. 이런 상태에서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우측통행이 해결책이었다.

개인이 모여 이뤄지는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고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 중의 하나가 바로 교통질서이다.

해남읍에는 교통량이 적지 않은 길목에 회전교차로가 들어서고 있다. 터미널 앞에 이어 광주에서 진입하는 농협주유소 앞의 중앙 회전교차로가 몇 개월 전에 완공됐다. 완도로 나가는 고도사거리 회전교차로가 내년 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 법원사거리 등 한두 곳이 십자형에서 회전형으로 바뀌게 된다. 황산, 문내, 북평 등에도 이미 회전교차로가 있다.

회전교차로는 유효성이 입증되면서 사라진 곳에서도 부활되는 추세이다. 여러 이점이 있다. 신호대기가 없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고 교통사고, 특히 대형사고가 크게 줄어든다. 유턴이 쉬워지고 교통섬에 꽃길도 조성돼 미관이 좋아진다. 다만 운전자들이 '사회적 약속'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접촉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운전자가 교차로 약속만 지키면 즐겁게 통과할 수 있다.회전차량이 무조건 우선이며, 진입하는 차는 양보한다. 교차로 내에서는 백미러 시야가 좁기 때문에 차선 변경은 하지 말고, 빠져나갈 때는 우측 방향지시등을 켠다. 우회전이나 직진 차량 등 조금 회전하는 차량은 바깥 차로를 이용한다. 사회적 약속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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