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얼어붙은 곳을 찾으라면 단연 남극이 꼽힌다. 2010년 8월 위성으로 측정한 기온이 영하 94.7도이다. 땅 위에서 측정한 최저 기온 역시 남극 보스토크 기지로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 오로지 빙하로만 이뤄진 북극보다 땅덩어리인 남극 대륙이 훨씬 춥다.

사람이 상시 거주하는 마을에서 최저 기온을 기록한 곳은 러시아의 오이먀콘이다. 1926년 1월 영하 71.2도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한참 북쪽에 위치한 이곳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51.3도. '얼지 않는 물'이라는 뜻의 오이먀콘에는 온천수가 흐르는 강이 있어 사람의 거주를 가능하게 한다. 가장 따뜻한 7월의 평균기온이 영상 14.4도로. 이 때 우리나라에서 배낭여행을 가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추운 날씨는 1933년 1월 12일 평안북도 중강진의 영하 43.6도이다. 남한에서는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이 영하 32.6도까지 내려갔다.

해남은 지난 8일 새벽 3시 40분에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해남에 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1971년 2월 3일 이래 가장 낮은 기록이다. 그동안 최저 기온인 영하 14.5도(1977년 2월 17일)의 기록을 큰 차이로 갈아치웠다. 해남에는 읍 남천리와 현산, 송지, 북일, 산이 등 5곳에 자동기상관측소가 있다. 이번 최저 기록은 읍 관측소에서 나왔다.

지난 4일간(7~10일) 해남에 몰아닥친 한파는 역대급이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혹한을 넘겼다. 유난히 바람이 센 해남의 특성을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10도 정도 더 내려간 영하 27도 안팎이었을 것이다.

이번 한파를 통해 소한(小寒·5일)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추위'의 소한이 '큰 추위'의 대한(大寒·20일)보다 더 매섭다. '대한이 소한에 놀러갔다가 얼어죽는다'거나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빈말이 아니다. 이런 괴리 현상이 왜 발생할까. 중국에서 만들어진 24절기가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의 모양은 규칙적으로 달라져 날짜(음력)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에 의해 이뤄지는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지는 못한다. 이를 보완해 태양의 움직임(황도)을 보고 만든 게 24절기이다. 그래서 24절기는 양력에 맞춰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24절기는 중국 황하 유역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이를 그대로 도입한 우리나라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해남을 강타한 북극발 한파는 역설적이게도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다. 온난화 여파로 북극의 빙하가 더 많이 녹고, 이는 북극 한파의 남하를 막고 있는 제트기류를 약하게 만든다. 제트기류가 남으로 후퇴하면서 한파도 내려온 때문이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우리나라의 날씨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여름에는 지난해처럼 긴 장마나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겨울에는 더 추워질 것이다. 이를 기후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상기후는 예년과 다른 특이현상이지만, 기후변화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해남의 혹한은 올 겨울에도, 이후에도 언제든지 닥쳐올 것이다.

그동안 해남의 겨울 날씨는 비교적 온화했다. 이 때문에 겨울배추의 최대 산지로 떠올랐다. 이젠 예전의 온화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러 기후 변수의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혹한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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