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판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카투사(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복무 당시 '특혜 휴가' 논쟁으로 뜨겁다. 무릎수술과 치료를 이유로 19일간의 1, 2차 병가에 이은 4일간의 정기휴가를 두고 절차대로 이뤄졌는지, 청탁이 개입했는지가 쟁점이다. 언론은 이런 의혹을 재생산해 실어 나르기 바쁘다.진실이 밝혀질지, 아니며 묻힐지는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정쟁의 한 수단으로 진행되는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 이 문제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3년 전의 일이라도 공정성이 훼손됐다면 이에 걸맞게 처리하면 된다.

여야가 서로 물고 늘어지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모습은 역시 정치판은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말이 나왔으니 '개판 오 분 전'의 유래를 짚고 넘어가본다. 이 말은 행동 따위가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이른다.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씨름판에서 동시에 넘어져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우기자 경기를 새로 하라는 의미의 '개(改)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몰려든 부산에서 식사를 배급하기 전에 미리 '개(開)판'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시계가 별로 없었으니까. 이런 '개판'의 직전에는 당연히 어수선하고 난장판이기에 '오 분 전'을 붙였다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와 연관 있다고 생각한다면, 견공(犬公)이 애먼 취급을 받은 셈이다. 개꿈(황당한), 개떡(되는 대로 만든), 개살구(질 낮은), 개소리(당치 않은), 개죽음(허망한) 등에 접두사로 쓰이는 '개' 역시 멍멍이가 아니다.

얘기를 되돌려서, 이번 정치판에도 어김없이 애먼 '당나라 군대'가 터져 나온다. 정치판에서 군대 얘기만 나오면 한국군을 오합지졸(烏合之卒·까마귀 무리처럼 무질서하고 군기가 엉망인 군대를 빗댄 말)로 내리 깔아 이 말을 써먹는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말인데도.

기실 당나라 군대는 고대 로마군단처럼 능력 제일주의로 뭉쳐진 역대 최강이었다. 그럼에도 고구려(안시성 전투), 신라(나당전쟁)에 잇따라 패배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정작 당나라 군대가 허물어진 시기는 여느 왕조와 마찬가지로 후기이다. 군 지도부의 매관매직이 횡행하더니 주변국인 토번(티베트), 돌궐(위구르) 등의 침략에 연전연패하면서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를 고려나 조선시대에 접하면서 '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이 아직은 유력해 보인다.

정치인들의 말처럼 우리나라 군대가 군기도 없고 오합지졸일까. 차라리 30~40년 전의 군대가 여기에 더 가깝다고 믿고 싶다. 구타 심하고, 빼돌리고, 허위보고 일삼고…. 한 세대 이전, 나의 군 복무 시절에는 이런 부조리가 일상처럼 벌어졌다. 하나 덧붙인다. 진지 사격훈련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한 부대장이 소총과 M16 기관총을 한 곳에 모아놓고 수명의 병사에게만 사격을 하도록 지시했다. 실탄을 소비(실제로는 허비)해야 훈련기록이 남으니까. 이런 게 당나라 군대의 모습이다.

어느 정치인은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 당나라 군대가 되어간다고 비판한다. 최근 전역자에게 휴대폰 사용 시간대를 물었다. 일과 이후(오후 5시 30분~9시)와 휴일(오전 8시 30분~오후 9시)이라는 답변이다. '군 미필'인 그 정치인에게 당나라 군대는 단골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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