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 드릴 때/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지구촌 곳곳에서 노래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의 개신교 가사(찬송가 109장)이다.

가톨릭의 번역본(성가 99번)은 약간 차이가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만상이 잠든 때/홀로 양친은 깨어있고 평화 주시러 오신 아기/평안히 자고 있네 평안히 자고 있네///'201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 노래는 1818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 작은 성당에서 올린 자정 미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로부터 202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도 가장 사랑받는 성탄 축하곡 중의 하나이다. 1차 세계대전의 일화로도 유명하다. 독일군의 한 병사가 크리스마스 이브(1914년 12월 24일)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노래하자 맞은편 참호에서 대치 중이던 영국 병사들이 화답하면서 한 달 가까이 전투가 멈추는 '크리스마스 휴전'을 이끌었다.

캐럴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신앙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이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노엘'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은 기독교인의 여부를 떠나 모두 즐겨 노래하는 전통의 캐럴이다.

오늘 저녁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브(Eve)는 이브닝(evening·저녁)에서 따온 '명절이나 축제일 등의 전날 밤'이다.

이브를 무대로 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실리기도 해 친숙하다. 영국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843년 12월 발표한 이 중편 소설은 주인공인 구두쇠 스크루지가 꿈속에서 자아 체험을 하고 개과천선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에게 크리스마스 전날 밤 동업자였던 말리의 유령이 나타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비춰준다. 과거의 유령은 돈 때문에 버린 옛 애인을, 현재의 유령은 데리고 있던 점원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집과 스크루지를 위한 축배 모습을, 미래의 유령은 스크루지가 차디찬 방에 홀로 죽어있고 마을 사람들이 오히려 그의 죽음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크루지는 꿈에서 깨어나 맨 먼저 익명으로 점원에게 칠면조를 보내고 사회에 많은 돈을 기부한다. 그리고 이어진 "메리 크리스마스!"

내일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구원자, 즉 예수)와 미사(mass·예배)의 합성어이다. 신약성경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 시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마태복음 2장 9절), '목자들이 밤에///구주가 나셨으니'(누가복음 2장 8~11절)' 등의 기록에서 '저녁'을 유추하지만 이러한 성경 풀이도 정확하지 않다. 크리스마스도 서방교회는 12월 25일인 반면, 동방의 정교회(러시아·이집트 등)는 1월 7일이다.

올해는 성탄 분위기가 한껏 얼어붙었다.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졌다. 성탄 전야 예배나 성탄 예배도 금지됐다. 애초 하나님과의 만남은 비대면이다. 일부 목회자들은 코로나19가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고약한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성경 말씀에 역주행하고 하나님을 앞세워 혹세무민하는 민낯을 세상에 드러내게 했다. 코로나가 하나님의 섭리라고 한다면, 바로 이처럼 실체를 드러낸 거짓된 신앙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다. 성경의 말씀은 복음이자, 희망의 메시지이다. 성경의 메시지는 믿음을 갖고 환란을 슬기롭게 이겨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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