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Blaiss Pascal·1623~1662)이 습관의 중요성을 함축해 놓은 명언이다. 그는 불혹(不惑)의 40세를 목전에 두고 요절했지만 사물의 이치를 일찍이 터득한 모양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인간은 가는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연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뛰어남을 갈파했다. 자동차 제동장치인 유압 브레이크도 '파스칼 원리'(유체 속에서 일부에 가해진 압력은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작용)를 적용한 것이다.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이다. 습관을 소재로 한 우리 속담도 수두룩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등등.

영국 런던대학이 2009년 습관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행동을 하나씩 하도록 한 뒤 이 행동이 익숙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본 것이다. 평균 21일이 지나면 새로운 행동에 대해 거부감이 사라졌다. 또한 66일간 꾸준히 반복하면 그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됐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영국 첫 여성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1925-2013)나 마더 테레사(1910-1997) 수녀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더라고 여러 철학자의 명언을 하나로 묶어 예부터 내려온 인생의 지침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여러 습관 가운데 올바른 운전 습관은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는 데 더없이 중요한 덕목이다.

교통법규 가운데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고, 그래서 상대 운전자나 보행자를 짜증 나게 하는 게 방향지시등(깜박이)이다. 사실 이를 깜박 잊는 게 아니라 잘못된 운전 습관 때문이다. 가장 꼴불견이고 밉상 운전이 귀찮다는 이유로 깜박이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해남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을 조사한 결과 82개 군 단위에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171대의 운전 차량을 조사해보니 단 3대만이 깜박이를 켜지 않았다. 준수율이 98.2%에 달한 것이다. 인근 진도의 준수율이 고작 18.6%에 그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조사 결과이다. 해남에서 이런 높은 준수율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읍내를 운전하거나 걷다 보면 사실 많은 차량들이 깜박이를 무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좌우회전 직전에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깜박이는 하나 마나이다. 상대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자신의 진로를 미리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당하는 많은 운전자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온다.

운전대만 잡으면 수시로 튀어나오는 욕설은 일종의 분노 조절 장애이다. 평소 온순한 사람도 이를 비켜 가지 못할 정도로 누구나 자유스럽지 못하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신부님이 운전대만 잡으면 1번, 2번 하며 번호를 센다. 신부님 체면에 상스러운 욕은 못하고, 번호마다 욕설을 매겨놓고 이를 중얼거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들은 두 가지 운전 습관에 대해 "나는?"이라고 자문해보시길 바란다. 닫힌 공간에서 익명이 보장되는 차 안의 인격을 자가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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