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농민신문을 구독하셨다. 2주에 한 번씩 배달되는 농민신문을 나는 설레며 기다렸다. '전설의 고향'을 연상하게 하는 옛이야기가 연재되었기 때문이다. 어떨 땐 한 번에 끝났지만 긴 이야기는 세 번, 네 번에 걸쳐서 실렸다. 한참 재미있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뚝 끊기면서 해당 지면이 '계속'이라는 단어로 끝을 맺으면 궁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다음 호를 애타게 기다렸다.열세 살에 떠나온 고향 해남. 중랑천변에서 9년을 살았고, 경기도 광명에서 8년, 서울 봉천동에서 10년, 그리고 강화에서 12년
몇 해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시댁을 방문했었다. 시어른들은 도지사, 군수, 도의원, 군의원 후보를 환하게 꿰시면서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밥상에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교육감은 누가 나오는지 아세요?""모르겄다. 교육감도 뽑는다냐? 누가 나왔다냐?"지자체 후보들에 가려 교육감 선거는 주민들의 관심 밖이었다. 교육계 4년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이렇게 무관심한 상태에서 교육감을 뽑아도 되는지가 심히 걱정되었다. 정작 사정을 아는 교육 관련 종사자들은 교육공무원 정치적 중립법에 막혀 입을 뻥긋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교육의
새해 벽두에는 항상 희망이 솟는다. 지역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더 활기차고, 밝게 성장하길 갈망한다. 하지만 농어촌은 올해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사람이 줄어들면서 갈수록 쇠잔해지기 때문이다.이젠 해남도 '소멸 고위험지역'에 들어섰다. 소멸위험 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눴을 때 지수가 0.5 미만인 곳을 말한다.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해남은 지난해 전체 인구(6만6961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2만2747명인데 비해, 20~39세 여성 인구는 4325명(0.1
코로나19, 전쟁, 기후위기는 1990년대부터 세계 경제 질서의 기본 축을 담당하던 세계무역기구(WTO) 신자유주의가 급속히 종말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TO 신자유주의가 외치던 "상품 팔아 싼 식량을 사다 먹으면 된다"던 핵심 논리가 붕괴되면서 식량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식량 위기는 각국이 농업 지속성을 높여줄 농정으로 전환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8월 제정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섹션 22006에 의거해 미 농무부(USDA)가 진행한 대출 및 보증 융자 그리고 농업 운영에서 재정적 어
유교적 전통이나 사회적 관계, 매스컴을 통해서 결혼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이 형성된다. 본인이 처한 결혼생활 상황과 고정관념 사이에 차이가 커질수록 부부간 갈등은 심해지고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진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을 기대하던 결혼생활은 환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된다.'결혼지옥'. 상담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오은영 박사가 주도하는 MBC TV의 예능 부부상담 프로그램이다. 청춘남녀는 서로 만나 연애하고 사랑해서 행복한 꿈을 꾸며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꿀처럼 달콤하고 핑크빛으로 물들었던 신혼초의 로맨스 생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 명시돼 있다.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지역 전통문화유산이다.하지만 오늘날 지역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옅어져 가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명시된 헌법 9조의 조문은 현재 우리나라를 있게 해온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이 국가만이 아닌, 이 나라에 속한 국민에게도 요청하는 목소리로 들린다.전통문화의 가치가 소외되어 가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어른들의 다양한 조언을 만나왔다. 그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빗대어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잘 지내며 이해한 이치를 통해서 삶을 마주하길 바란다', '미래를 위한 투자', '자식 농사', '학력', '부를 통한 성공' 등 삶에 필요한 도구를 갖출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들이다. 물론 인생 선배들의 조언 중에는 각자의 추구하는 가치나 삶의 방식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실로 커다란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그 간극을 좁히려면 '잘 사
광주와 전남지역 물 사정이 심상치 않다. 모두 비상한 국면이다. 며칠 전 비가 내렸으나 그 양은 미미했다. 광주시는 대대적인 '20%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며,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하는 한편 용수 확보를 위한 다각적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전남도도 일부 도서 해안지역에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일부 지역에서 월동 농작물에 피해 대책을 강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겨울 가뭄이 계속된다면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산업단지의 공업용수 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지난 여름, 수도권 지역은 대홍수가 발생하는 등
인간의 욕구는 어느 선에서 충족될 수 있을까?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H. Malsow)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단계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自尊)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것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두 가지 욕구가 물질적 자원을 통해 충족될 수 있는 생존과 관련된 기본 욕구라면, 그 외 세 가지 상위 욕구들은 사회적 욕구와 정신적인 욕구들이다.물론 상위의 욕구 충족이 물질적 자원과 무관하지는 않다. 물질적 자
최근 해남읍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금강산이 조금씩 가려지고 있다. 투자나 전망 목적으로 고층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해남군에도 2개 단지에 20층 이상 아파트가 이미 지어졌다. 그리고 한 군데는 23층으로 전남도 심의를 통과했고, 또 다른 위치에는 40층 가까운 주상복합아파트가 계획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있다. 이로 인해 '고층아파트에 대한 높이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금강산의 조망 차단, 나홀로 아파트 등으로 단아하고 아
해남의 공예가 6명이 지난 9월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에서 문화재청장상 등을 받으며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우수영들소리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는 낭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예술,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주신 어르신들과 수상자에게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오늘의 영광은 옛 명성에 비해 매우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고향 해남을 예전의 모습으로 부흥시킬 수 없는 것일까? 전통문화를 그대로 유지하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우연과 우리의 의지가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과 장소를 만난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과 장소와 연결된 각각의 이야기와 물성을 만나게 된다. 세상엔 홀로 거할 수도, 철저히 분리될 수도 없는 이치로 우린 늘 누군가와 마주하며 이 세상을 채우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일 게다. 단 한 사람일 수도, 여럿일 수도 있는 그러면서 깊은 인연으로 연결되거나 스쳐가는 장면과 같은 시절 만남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는 삶의 과정. 물론 만나는 사람, 장소, 이야기들이 때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만나지거나, 만날 수 없거나 한다 해도 결국
플라스틱 전성시대다. 그만큼 편리한 도구다.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를 뜯어보자. 거의 플라스틱류의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혹은 자연에 방치되는 양도 상당하다. 매립되더라도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독성물질을 배출하며, 소각하더라고 유해가스를 내뿜는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공해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석유의 부산물인 플라스틱은 20세기의 뛰어난 발명품이다. 플라스틱(Plastic)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
국가의 리더는 그 격에 맞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현명하고 지혜로운 책사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다양한 입장과 이해 충돌을 아우르며 사회구성원들의 잠재 역량과 의지를 공동체의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현자들이 리더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명한 책사를 가까이 둘 수 있을까?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이웃 제나라의 침탈을 극복할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노심초사했던 연나라 소왕에게 대
지난 9월 25일 정부는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락값은 여전히 바닥시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수확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폭등한 생산비를 건질 수 있을지 걱정 때문에 수확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지식인과 언론들은 쌀값 폭락의 원인이 마치 농민들에게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 4월 25일자 농민신문 기고를 보자. '매년 40만9000톤을 수입하는 쌀을 제외하고, 쌀 감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2만441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국내 인구가 33개월째 자연감소를 이어갔다. 이는 통계청이 월간 기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치다. 통계청의 출생·사망 잠정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27만 2300명보다 4.3%, 1만1800명 줄었다. 30년 전인 1991년 70만90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규모다. 2001년 56만명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기도 하다.요즘의
우리는 넓고, 깊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과 신기함으로 여유를 즐기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관광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대부분 사람은 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여행과 관광은 집을 떠난다는 점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전혀 없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여행객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게
'아는 것이 힘이다.' 어릴 적, 줄곧 들어 온 이 말, 그땐 그랬다 한다. 일단 알아야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앎'을 추구해왔다. 시간이 지나, '아는 만큼 보인다'라며 아는 것을 통해 분별하고 판단하고 때론 그것을 바탕으로, 아는 것에 더하고 빼기를 반복하며 또 다른 '앎'을 지속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언행일치'를 마주하게 된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때를 만난다는
전남도의 '신안 8.2GW 해상풍력 프로젝트', 아마도 들어봤을 것이다. 실로 야심찬 구상으로 2030년까지 48조 원의 투자, 1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형 재생에너지 계획이다. 작년에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신안 현장에서 투자 협약식도 있었다. 한국형 뉴딜의 상징적 사업이자, 2050 탄소중립과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2030년이면 이제 8년 남았다. 사업의 로드맵, 사업자 선정, 막대한 재원 조달,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을까? 그 사이 정권이 교체되었고, 4개월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소위 윤핵관 그룹이 정당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당내 권력을 움켜쥐려 시도했다가 법원이 이준석 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자중지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정치가 기본적으로 권력 추구 게임이라지만, 권력욕이 그것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눈을 얼마나 멀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사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 껍데기를 가지고 민주주의 알맹이를 훼손할 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이번 법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