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커커필드-학교해남 대표)

 
 

'아는 것이 힘이다.' 어릴 적, 줄곧 들어 온 이 말, 그땐 그랬다 한다. 일단 알아야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앎'을 추구해왔다. 시간이 지나, '아는 만큼 보인다'라며 아는 것을 통해 분별하고 판단하고 때론 그것을 바탕으로, 아는 것에 더하고 빼기를 반복하며 또 다른 '앎'을 지속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언행일치'를 마주하게 된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때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사회에서 자신의 일에 전문가로 거듭나는 사건이며, 일상을 살아내는 과정인 '삶'으로도 나타난다. 그것은 '앎'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매일을 채우는 '삶' 덕분이겠다.

아는 것을 공유하는 것. 서로를 묻고 답하는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 한다. 말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기 쉬운 도구이며, 더불어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수 조건이다. 한 번의 많은 시간을 집중하여 듣는 것을 선호하거나 조금씩 오랜 시간을 두고 들으며 알아가는 것이 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쪽이든 각자의 '앎'과 '삶'을 발현해 자연스레 일어날 일이다.

말. 그것은 '앎'의 과정을 통해 읽고, 쓰고, 듣기와 함께 나란히 힘써야 하는 결과물이라 한다.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과 고민의 끝에 나오는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듣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과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 가장 기본적인 예의에서 시작되지만 무엇보다 '당신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나의 진심'이며 함께 신뢰를 쌓고자 하는 기대를 반영한 것일 거다.

상대의 생각을 추측한 '상상 속의 어긋난 이해'보다는 서로 오가는 말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행동을 서로 이해하고 이해를 바라는 것, 이것은 우리의 문해력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문해력. '글이나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 한다. 해남에서 사용되는 글과 단어를 통해 지역의 고민과 특징을 읽을 수 있으며 말과 행동을 통해 '앎'과 '삶'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해남의 6만6000여 명의 주민 각자의 '앎'과 '삶'의 다름으로 시작된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그것은 각자가 이르러야 하는 고유의 생각과 고민의 결과이며 각각의 주어진 환경과 공동체에 의한 특징이 되는 것이다. 그 다름을 통해 서로가 내어주고 담아줄 것이 있고, 동시에 '나'를 제대로 알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지역에 살면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안다는 것, 그것을 말로 구사하고 소통하며 지역과 구성원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편, 지역의 말에는 그 지역의 역사, 공간, 물건, 음식 등 의식주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시간에 따른 흐름의 변화까지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쌓여 온 기나긴 과정을 담은 우리들의 '말'로 표현되는 그 '앎'과 '삶'을 '짧게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질문자가 지역에 대해 충분히 알 기회와 시간을 제공받지 못함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든 짧은 것'만큼 그들의 약한 '앎'과 '삶'을 반증하며, 그것은 결국, 지역에 대한 섬세한 이해로 가는 길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겠다. 그들에게 오늘도 열심히 '앎'과 '삶'을 위해 노력하는 '나'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너'를 위해서도 단호히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소통하는 '대화의 말'을 나누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 공동체와 해남을 위해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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