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

 
 

전남도의 '신안 8.2GW 해상풍력 프로젝트', 아마도 들어봤을 것이다. 실로 야심찬 구상으로 2030년까지 48조 원의 투자, 1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형 재생에너지 계획이다. 작년에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신안 현장에서 투자 협약식도 있었다. 한국형 뉴딜의 상징적 사업이자, 2050 탄소중립과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2030년이면 이제 8년 남았다. 사업의 로드맵, 사업자 선정, 막대한 재원 조달,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을까? 그 사이 정권이 교체되었고, 4개월이 흘렀다. 그런데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다. 최근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30년 전력 에너지 계획에서 원자력은 기존 24%에서 33%로 상향하고, 재생에너지는 기존 30%에서 21.5% 떨어뜨렸다. 원자력은 우대하고 재생에너지는 천대한다는 의미인데, 연말에 확정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의 변화 속에서 '8.2 GW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세계는 유가 상승, 공급망 위기 등으로 물가, 금리 그리고 환율 상승 등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더불어 세계는 기후위기의 거대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산불이, 최근엔 극심한 가뭄과 대홍수가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와 에너지, 기후가 동시에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각국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경제사회 구조라면, 국제 유가상승의 영향도 미미하고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어 기후위기 고통도 훨씬 덜할 것이다. 이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기후위기는 세계가 화석에너지에서 하루빨리 해방돼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신안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그래서 중요하다. 아무튼 지금 전 세계 재생에너지는 비약적인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원자력을 따라잡았고, 거대한 석탄을 추월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현재 지구상에 돌고 있는 풍력 발전은 대략 700~800GW 용량으로 육상풍력이 주류이다. 해상풍력은 2021년 말까지 약 5%, 35~40GW 용량으로 작은 규모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각국의 해상풍력 추진은 가히 폭발적이다. 2030년대를 1차 목표로 각국의 구체적인 계획은 10GW에서 30~40GW로 거대한 규모이다. 중국, 영국, 독일, 미국, 덴마크, 일본, 대만 등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도 2030년 12~15GW 용량을 전남, 경북, 충남 등에서 추진 중이다. 중국이 세계의 풍력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도 경쟁하듯 대규모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웃인 대만이 한국이나 일본을 앞서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30년 해상풍력 분야에서 약 270GW 용량이 도입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보다 무려 6~7배, 지구촌이 2050 탄소중립을 가려면 2000GW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해상풍력은 육상보다 바람이 균질하고, 대용량을 설치할 수 있다. 해양이어서 기초조사나 설비투자, 운전이나 관리 등에서 약점이 있지만, 바람의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각국이 앞다투어 해상풍력에 대규모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근 원전이나 석탄을 대규모로 추진한다는 뉴스는 거의 없다.

전남도의 신안 8.2GW 해상풍력 구상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 신안뿐만 아니라 영광, 진도, 고흥 각 지역에서도 타당성이 입증되면 마찬가지다. 재생에너지 길은 인류의 지상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코스이다. 시민들은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기후가 안정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소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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