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낙평(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

 
 

플라스틱 전성시대다. 그만큼 편리한 도구다.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를 뜯어보자. 거의 플라스틱류의 쓰레기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혹은 자연에 방치되는 양도 상당하다. 매립되더라도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독성물질을 배출하며, 소각하더라고 유해가스를 내뿜는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공해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석유의 부산물인 플라스틱은 20세기의 뛰어난 발명품이다. 플라스틱(Plastic)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어떤 형태로든 성형 가공될 수 있고 단열성과 전기절연성, 빛 투과성, 내진성이 좋다. 값도 저렴하다.

지난 50년대 이후 현재까지 각광 받으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간 약 4억 톤을 이용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85억 톤을 이용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금의 추세로 가면 2050년에는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Single Use Plastics)의 사례를 보자.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류는 현재(2021년) 연간 5조 개의 플라스틱 봉투, 5000억 개 이상 플라스틱 컵, 600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병을 이용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연간 800만 톤으로 일회용이 주류이다. 연간 생산된 플라스틱의 50% 정도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9%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생물종다양성의 멸종과 함께 플라스틱 공해를 3대 지구촌 환경위기로 간주하고 있다. 그만큼 환경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데, 5㎜ 이하로 분해될 때, 그것을 미세플라스틱이라 부른다. 미세먼지 혹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이듯, 미세플라스틱 또한 인간과 자연계에 치명적이다.

자연계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의 체내에 흡수된다. 바다에 버려진 그것들은 해양 동식물과 어패류를 직접 죽이거나, 수산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토양이나 물속에 그것은 음식이나 물을 통해 우리가 섭취하게 된다.

히말라야 산정에서 11㎞의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사람의 체내에서도 미세하게 검출되고 있다. 그만큼, 인류는 지금 플라스틱 오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없어도 되는 물품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난 10년여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방안을 두고 논쟁을 거듭해 왔다. 각종 플라스틱 봉지(비닐봉지), 플라스틱제의 컵이나 빨대, 교반기, 식기류, 물티슈 등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이나 판매,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등에서 법으로 금지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입법을 하지 않으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금지를 결정하기도 하는데,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이다. 유엔은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여 오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국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플라스틱 감량이나 일회용 플라스틱의 규제 정책이 박약하다. 그래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넘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여 '금지'와 같은 정책수단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면 전남도 혹은 해남군 차원에서라도 조례를 통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넘치는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금지'가 명쾌한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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