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학교 교수)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2만441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국내 인구가 33개월째 자연감소를 이어갔다. 이는 통계청이 월간 기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치다. 통계청의 출생·사망 잠정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27만 2300명보다 4.3%, 1만1800명 줄었다. 30년 전인 1991년 70만9000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규모다. 2001년 56만명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요즘의 젊은 여성들은 '전원일기' 속의 한없이 희생하고 인자하기만 한 엄마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써넣으면 연관어가 '안살아'와 '살기 싫다'가 뜬다고 한다. 엄마의 무엇이든지 주는 삶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그 길을 따라갈 수 없고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1980년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다.

2021년 국내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가 2년째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출산율이 0.7명, 내년은 0.6명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비관론도 나온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홍콩이나 마카오 등의 도시를 제외하면 0점대 출산율이 유일하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취업난, 독박 육아, 시월드(시댁), 개인적 행복 추구 등이 거론된다. 결혼·출산에 대한 소셜 빅데이터에서 발견되는 부정적 키워드의 출현빈도에서 '시월드'보다 높은 순위가 '독박 육아'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 본인 생활의 행복감이 낮아지는 것은 TV 프로그램 등 주변의 수많은 사례로부터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녀가 있는 부부에 비해 자녀가 없는 경우 부부의 결혼생활 만족도가 의미 있게 높다. 그리고 자녀 한 명을 낳았을 때 남성의 만족도는 여성보다 크게 떨어지지만, 둘째, 셋째가 생겨도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 경향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한 명 한 명 낳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 결국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현재 가용한 자원의 한계 내에서는 아이를 낳더라도 한 명 정도만 낳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압축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경우, 물리적인 경쟁뿐 아니라 심리적인 경쟁이 저출산 요인으로 크게 작용했다. 취업과 결혼을 위해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집중해왔고 인구밀도가 높아짐으로써 생존경쟁이 치열한 환경을 만들었다. '인구론'의 맬더스에 따르면, 인간은 경쟁으로 인해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출산 본능을 미루고 자신의 경쟁력(생존 본능)을 높인다고 한다. 따라서 대학, 취업, 결혼, 출산 등을 20, 30대에 꼭 해야 한다는 고정된 사회적 인식으로부터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변화도 필요하다.

2021년 지역별 합계출산율은 서울 0.62, 부산 0.72, 광주 0.89, 전남 1.02로 물리적 밀도가 높아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고 있다. 하지만 지방의 젊은이들은 취업, 교육, 문화생활 등 더 나은 삶과 결혼을 위해서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전남과 같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갖는 지역에서 인구가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수도권 집중 규제와 지방분권을 통한 국토 균형발전이 필수불가결한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한 사무실에 기성세대와 밀레니얼(30대) 세대 간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대화를 보자. "A씨, 나이도 찼는데 뭐하고 있어? 결혼해야지"라는 부장의 물음에 미혼 직원의 대답. "부장님은 행복하세요?"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보지 않은 점도 결혼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부모로서 그간 부부·가정생활이 어찌 보였겠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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