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경(전 광주일보 편집부국장)

 
 

새해 벽두에는 항상 희망이 솟는다. 지역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더 활기차고, 밝게 성장하길 갈망한다. 하지만 농어촌은 올해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사람이 줄어들면서 갈수록 쇠잔해지기 때문이다.

이젠 해남도 '소멸 고위험지역'에 들어섰다. 소멸위험 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눴을 때 지수가 0.5 미만인 곳을 말한다.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해남은 지난해 전체 인구(6만6961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2만2747명인데 비해, 20~39세 여성 인구는 4325명(0.19)에 불과하다.

필자의 소년 시절, "해남읍이 시(市)가 된다."라던 소문이 파다했다. 인구 정점을 찍었던 지난 1968년 해남 전체 주민 수는 지금 목포시(21만7000명)를 넘어서는 무려 23만3903명. 그 무렵 인구 5만을 넘는 읍(邑)은 시가 된다는 지침에 따라 주민들은 '시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해남 사람들도 호구지책을 찾아 도시로 떠났고, 인구는 2000년 10만이 깨지더니 급기야 7만 이하로 내려앉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해남의 군세는 대단하다. 논밭 전체 경지면적은 3만5618ha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넓다. 전국 154만6717ha의 2.3%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식량창고'를 맡고 있다. 서해와 남해를 끼고 있는 청정해역의 해남 수산물 또한 이름이 자자하다. '땅끝'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와 역사문화자원은 전국 기초단체 중 가장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남 출신 인재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해남군은 지난해 국립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를 포함해 대규모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역활성화의 기틀을 다졌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마케팅, 솔라시도기업도시 진입로 완공 및 대규모 투자유치, 해남미남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크게 도약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전국 최고' 해남의 위상에 걸맞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다. 열악한 재정자립도(2020년 7.4%)에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봉급 주기에도 빠듯하고, 어둑해지면 시가지 인적이 드물어진다.

그렇다면 해남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바로 해남만의 '킬러 콘텐츠'가 답이다. 기존 여건을 토대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모델을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한적한 시골이었던 함평군은 지난 1999년부터 '나비대축제'를 열어 5월 전국 최고 지역축제로 정착시켰다. 지난 2006년에는 171만 명이 축제를 찾았다. 함평이 나비로 전국에 이름을 훨훨 날리기 시작하던 20여 년 전, 덩치가 몇 배나 큰 해남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해남터널이 뚫린 후에도 혹여 '마음의 우슬재'에 갇혀 지내온 것은 아닌가?

이젠 해남이 솟구쳐 오를 차례다. 수도권에서 해남과 가까운 목포까지 KTX가 연결됐고, 2시간 안팎인 무안에는 국제공항이 있다. 국제도시 중국 상하이와 가깝고 동남아시아와도 접근성은 충분하다.

해남의 '킬러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자산과 미래 자원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가령 해남에 들어서는 기업도시 '솔라시도'(Solarseado)를 활용해 새로운 '킬러콘텐츠'를 창조하는 방안이다. 기업도시 솔라시도에 50만㎡ 규모로 가장 대중적인 '산이정원'에는 수목원과 산책로에 더해 미술관, 카페, 놀이시설 등이 들어선다. 산이정원만 그대로 두지 말고, 해남의 관광축제자원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페스티벌을 만든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해남이 더는 변방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중심'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지역공동체와 출향인까지 모든 해남인의 시대적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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