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해남읍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늘은 점점 좁아지고 금강산이 조금씩 가려지고 있다. 투자나 전망 목적으로 고층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해남군에도 2개 단지에 20층 이상 아파트가 이미 지어졌다. 그리고 한 군데는 23층으로 전남도 심의를 통과했고, 또 다른 위치에는 40층 가까운 주상복합아파트가 계획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있다. 이로 인해 '고층아파트에 대한 높이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금강산의 조망 차단, 나홀로 아파트 등으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해남읍 시가지 경관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 경관을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위압경관'으로 해당 건물의 규모나 형태가 너무 높아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튀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는 '차폐(장벽)경관'으로 건물이 너무 폭이 넓어서 갑갑하게 주변 조망을 가리는 경우다. 셋째는 '잠식경관'으로 구릉지나 언덕에 큰 덩치의 건물이 들어서 자연 지형을 훼손하고 녹지를 잠식하는 경우다. 넷째는 '획일경관'으로 비슷한 형태나 규모의 건물이 대규모로 집적해 있을 때 단조롭고 개성 없는 경관을 연출하는 경우다. 네 가지 문제 경관 가운데 심각한 것은 차폐경관, 잠식경관, 위압경관이다. 반면 획일경관은 비슷비슷하게 생긴 모습이 단조롭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주변이나 도시경관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후순위라는 것이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오늘날 도시들은 대부분 건물의 높이규제를 하고 있다. 담양군은 군계획조례에서 '아파트가 허용되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경관관리 등을 위하여 10층 이하의 건축물에 한한다. 다만, 11층 이상 15층 이하의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군계획위원회(또는 공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따로 건축물의 층수를 정할 수 있다'라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남의 경우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아파트(공동주택)에 대한 층수 제한 규정이 없고 경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건설자본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담양군이 지금까지 옛 시가지를 잘 지켜오고 있는 모범사례를 살펴보자. 담양이 고유한 정체성과 특색을 살려서 특화 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담양군수를 4선 한 최형식 전 군수의 식견과 리더십이 토대가 되었다. 낮은 높이로 형성된 읍시가지에 나홀로 높게 고압적으로 올라오거나 장벽을 이루며 들어선 도시형 판박이 고층아파트가 담양읍의 전통적 경관 특색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미리 알고 있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고층 개발을 불허했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담양읍 시가지를 지속가능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그리하여 20년이 지난 담양은 연간 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웰빙 관광도시로 멋지게 변화하였다. 카페가 250개에 달하고, 그 중에는 담양에서 전국 브랜드로 성장한 업체도 있다. 또한 담양이 친환경의 메카이자 최적의 주거환경으로 광주시민들이 살고 싶은 넘버원 전원도시가 되었다.

최 군수가 퇴임하면서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 중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 생태도시 정책을 지켰으면 한다. 이는 담양 미래 1000년을 위한 근본이다. 군민 모두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한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담양의 경관은 파괴·훼손돼 갈 것이다. 후임 군수들이 소수의 특혜가 아닌 다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해온 우리의 규범을 지켜나갔으면 한다." 그의 소신 속에 숨겨져 있는 담양의 성공비밀을 해남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