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섭(해남군농민회 정책실장)

 
 

지난 9월 25일 정부는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락값은 여전히 바닥시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확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폭등한 생산비를 건질 수 있을지 걱정 때문에 수확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지식인과 언론들은 쌀값 폭락의 원인이 마치 농민들에게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 4월 25일자 농민신문 기고를 보자. '매년 40만9000톤을 수입하는 쌀을 제외하고, 쌀 감모비율(수확, 유통, 보관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비율)은 생산량 대비 7∼8%로 알려졌는데, 쌀 수급표상 감모·기타는 최근 10년 기준 생산량 대비 11%에 달했고 2011년에는 20% 수준까지 상승했다.

2011년에는 감모·기타 물량 급증에 따른 수요량 증가로 쌀 식량자급률이 크게 하락했고, 이는 기존에 추진 중이던 정책을 크게 수정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2010년을 기점으로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1년부터 논에 벼가 아닌 타작물을 재배할 때 1㏊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쌀 식량자급률 하락 등을 이유로 사업규모를 당초의 4분의 1 이하로 크게 축소했다. 물론 작황 악화로 식량자급률이 하락한 것도 사실이나 이 당시의 자급률 하락 배경으로는 감모·기타의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통상적인 수준의 감모율을 적용할 경우 2011년과 2012년의 쌀 식량자급률은 94%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추진계획에서는 2019년 쌀 자급률을 92.1%로 적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자료를 봐도 쌀 재고 문제는 수입쌀에 있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우리는 소비량 대비 최소한 100% 넘게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언론, 정부 관료, 정치권, 지식인들은 수입쌀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종일관 생산량 과잉으로 몰아 농민들을 죄인 취급하고 있다. 비룟값, 기름값, 농기계값, 농약값, 인건비 등 각종 농자재 가격 폭등, 대출금 이자 폭등,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락!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고환율에 고물가는 계속되는데 유독 쌀값만 떨어졌다.

생산비 폭등과 쌀값 하락에 농민들은 수확을 목전에 둔 논을 갈아엎고, 지난 8월 29일에는 눈코 뜰 새 없는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밥 한 공기 300원 쌀값 보장", "영농생산비 폭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국 8도 도지사들이 '쌀값 안정 대책 마련 촉구' 공동성명을 내고 "생산비 상승과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는 즉시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쌀 주산지 언론과 자치단체 의회에서도 결의문 등을 내고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4항에는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라고 되어 있다. 지금 윤석열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가?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은 정권의 하수인과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사람 말고 누가 있겠는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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