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교사)

 
 

몇 해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시댁을 방문했었다. 시어른들은 도지사, 군수, 도의원, 군의원 후보를 환하게 꿰시면서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밥상에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교육감은 누가 나오는지 아세요?"

"모르겄다. 교육감도 뽑는다냐? 누가 나왔다냐?"

지자체 후보들에 가려 교육감 선거는 주민들의 관심 밖이었다. 교육계 4년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이렇게 무관심한 상태에서 교육감을 뽑아도 되는지가 심히 걱정되었다. 정작 사정을 아는 교육 관련 종사자들은 교육공무원 정치적 중립법에 막혀 입을 뻥긋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교육의 비전이나 교육정책의 대결이 아니라, 포퓰리즘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

분명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육감 직선제의 대의명분이나 필요성을 전제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1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의견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과 지역성과 전문성이 기로에 놓였다. 모든 민주주의 역사가 투쟁과 희생으로 만들어져 왔듯, 교육의 민주주의도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해방 이후 교육감은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관료를 임명하였다. 그래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나 자주성은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국가 위임사항을 누가 더 잘 이행하는가 하는 충성경쟁을 할 뿐이었다.

한때 학교운영위원회가 참여한 간선제를 운영하다가 91년 '지방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1997년부터 교육감 직선제를 실시하여 현재 4기 민선 교육감에 이르렀다.

결과는 눈부시고 놀라웠다. 직선제 이전 임명제 때 학교는 말 한마디도 교사가 자율적으로 할 권한이 없었다. 우수한 인재가 교사로 채용되지만 자율성이나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하고 주어진 공통 교과서를 가지고 지시하고 전달하는 앵무새가 되었다.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학생들이 배우기 쉽게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배움 보조 책을 만들었다가 징계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교육은 입시를 위한 끝없는 경쟁으로 치달았다. 학생들을 규제와 통제로 일관하는 폭력의 문화가 지배하는 속에서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민선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학교가 변화했다. 학생들을 교육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으며 경쟁보다 자율과 협력, 창의와 소통, 행복을 강조하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열풍처럼 일어난 혁신학교 운동이 그것이다. 상부의 지시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과 학생을 더 중심에 두다 보니 무엇보다 학생을 존중하는 혁신학교 운동을 과감히 펼쳤고, 이는 교육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학교에 체벌이 사라졌고, 학생 삶 중심 교육이 조심스레 안착하고 있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런닝메이트로 출마하여 선출하는 제도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겠다는 말이다. 즉, 정치가 교육을 관장하겠다는 말이다. 교육감이 교육은 무늬일 뿐, 정치에 줄 서서 정치의 부속물이 될 것이며 호시탐탐 입신양명을 꿈꾸게 될 것이다.

민선 4기의 교육은 정치와 무관하게 역동적이었다. 시대 변화의 중심에 섰다. 정치가 무상급식을 반대해도 교육감들은 뽑아준 국민을 바라보며 무소의 뿔처럼 추진할 수 있었다. 결과, 점심 급식은 청소년 학교 만족도 1순위가 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학부모를 비롯, 국민에게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묻는 설문에 50% 이상이 찬성했다.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어렵게 정착시킨 교육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르는 교육감 선거 시기를 조정한다든가, 선거 참여 대상에 학생들의 연령을 대폭 낮추어 학생 참여를 넓힌다든가, 공무 이외 개인 시간에 교육공무원의 정치 기본권을 허용한다든가 여러 고민은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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