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해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우리는 넓고, 깊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움과 신기함으로 여유를 즐기고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관광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여행과 관광은 집을 떠난다는 점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전혀 없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여행객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관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소비 행위이다.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장거리보다는 근거리 여행과 잠시 일상탈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는 당일 여행 중심, 여가 중심, 힐링 중심을 의미한다.

심리학에서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설명하고 있듯이 인간은 안정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 하고자 하는 욕구와 새로운 욕구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일상생활을 벗어나 삶의 변화와 충전이 필요할 때, 새로운 경험을 원할 때, 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원할 때 여행을 떠난다.

그 옛날 별과 달을 의지하며 다녔던 여행자들이 지금의 시대에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행자는 관광객과 달리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눈높이에 맞춰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엔데믹 시대의 우리는 여행자가 되어야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행자가 하는 여행이 우리 인류를 위기 속에서 구할 미래의 해법이다.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조용히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연과 공존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일 중의 하나이다. 인간을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꿈'이라고 한 '타임머신' 영화의 대사처럼 여행은 여행자에게 꿈을 꾸게 한다. 인류가 미래로 나아가게 말이다. 잠시 후손들의 땅을 빌려 쓰다가 자연으로 돌아갈 우리가 마치 영원한 불멸의 사신처럼 행동하는 것은 결단코 자제해야 할 일이다.

본래 인간의 이동 본능을 한정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관광이나 여행에 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 가능한 미래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관광으로 인해 나타날 부작용 또한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성할 일이다. 이제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할 때라고.

인간이 공부하는 이유는 더 좋은 생각과 행동, 더 나은 생각과 행동, 더 훌륭한 생각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공부의 종류도 과거처럼 1+1=2라는 것 외에도 자연과 공존하며 즐기는 법 등으로 다양해져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의 '내 방을 여행하는 법'을 틀어놓고 잠시 짬을 내보자. 앞으로 난 어떻게 관광을 갈 것인지? 여행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여행법을 발굴해서 이웃과 사회에 이바지할 것인지 고민해볼까? 어떤 선택이든지 할 수 있다. 무엇이 현명한지도 안다. 그렇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지금 꽃무릇 소식이 전해져 온다.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Who am I ?)' 자아를 찾아 떠날 수 있는 멋진 계절이다. 움직이자.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을 움직여보자. 발걸음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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