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혁승(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국가의 리더는 그 격에 맞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현명하고 지혜로운 책사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다양한 입장과 이해 충돌을 아우르며 사회구성원들의 잠재 역량과 의지를 공동체의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현자들이 리더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명한 책사를 가까이 둘 수 있을까?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이웃 제나라의 침탈을 극복할 인재들을 확보하는 데 노심초사했던 연나라 소왕에게 대부 곽외는 "황제의 업을 이루는 군주는 현자를 스승으로 삼고, 왕의 업을 이루는 군주는 현자를 친구로 삼고, 패자의 업을 이루는 군주는 현자를 신하로 삼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망치는 군주는 비천한 소인배를 신하로 삼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안하무인의 리더에게 현자가 올 리도 없지만, 그런 리더는 주로 아첨하며 사리사욕을 챙겨주고 챙기는 소인배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쓰는 경향을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그의 조언을 들어보자.

"대왕께서 몸을 낮추고 현자를 모신다면 자신보다 백 배 나은 인재를 얻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이보다 먼저 일하고 늦게 쉬며, 다른 이에게 가르침을 청한 뒤, 깊이 생각한다면 자신보다 열 배 나은 인재를 얻을 겁니다. 또한 다른 사람처럼 열심히 일하고 평등하게 사람들을 대한다면 자신과 똑같은 재능의 인재를 얻을 겁니다. 그런데 책상에 기댄 채로 지팡이를 휘둘러 거만하게 사람들을 부린다면 겨우 시종 같은 사람만 얻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거칠게 사람들을 대하고 멋대로 성질이나 낸다면 고작 노예 같은 자만 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부터 덕 있는 이를 모시고 재능 있는 이를 청할 때 유의해온 점입니다."

결국 리더 주위에 좋은 인재가 모이느냐 아니면 시종이나 노예 같은 자들이 모이느냐는 그 리더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이동훈 전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自矜功伐(자긍공벌): 스스로 공을 자랑하고, 奮其私智而不師古(분기사지이불사고): 그 자신의 지혜만 믿었지 옛것을 본받지 않았다. 항우가 왜 실패했나? 사마천의 간단명료한 진단이 가슴을 때립니다. '나 때문에 이긴 거야. 나는 하늘이 낸 사람이야.'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합니다. 깨알 지식을 자랑합니다. 다른 사람 조언 듣지 않습니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냐'며 화부터 냅니다. 옛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五年卒亡其國(오년졸망기국), 5년 만에 쫄딱 망했습니다. 우연찮은 5라는 숫자가 한 번 더 가슴을 때립니다. 누군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릅니다. 큰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남의 얘기 잘 듣지 않고 주로 자기가 얘기를 한다'는 항간의 평을 확인해주는 듯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항간의 평대로라면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갈 경륜이나 지혜, 시대정신과 국제정치적 감각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조차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의 무지와 그로 인한 오판들은 국가적으로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별히 오늘날과 같은 엄중하고 비상한 대내외적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독단적 판단에 따라 국정을 이끌기보다는 현명한 사람들의 조언을 받으며 신중하게 직을 수행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적극 앞장섰던 인물들이 진정 국가의 앞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소왕의 대부 곽외와 같은 직언을 서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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