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순(커커필드-학교해남 대표)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우연과 우리의 의지가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과 장소를 만난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과 장소와 연결된 각각의 이야기와 물성을 만나게 된다. 세상엔 홀로 거할 수도, 철저히 분리될 수도 없는 이치로 우린 늘 누군가와 마주하며 이 세상을 채우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일 게다. 단 한 사람일 수도, 여럿일 수도 있는 그러면서 깊은 인연으로 연결되거나 스쳐가는 장면과 같은 시절 만남으로 마무리되기도 하는 삶의 과정. 물론 만나는 사람, 장소, 이야기들이 때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만나지거나, 만날 수 없거나 한다 해도 결국 삶은 나의 애써 찾고 이해하려는 의지와 선택으로 이해되고 다져지며 가꾸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삶의 여정은 그렇게 수많은 인연과 나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이해하려는 의지가 뒷받침된 다양한 만남은 '관계'에서 시작된다. '나와 너'에서 출발한 세상의 이치 안에 거한 '나'가 '너'를 이해하고 싶어 너의 공간을, 연결된 이야기를, 그 안을 채우는 물성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것을 내어주고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한 의지이며 그 사이를 메꾸는 수많은 '우연'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삶인 것이다. 어떤 '너'가 와서 '나'를 마주하는지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그것은 일상생활 안에서 오롯이 사람을 만나고 귀하게 공간을 대하고 이야기에 따뜻하게 귀를 기울이며 시대와 지역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를 가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때론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모습, 사는 방법으로 풍요로운 삶이 비롯된다고도 말 할 수 있겠다. 이것은 꽤 괜찮거나 진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중한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덕분에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참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 많고 그 속도가 몹시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판단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도 전에 감내하느라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미처 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고민이 가득한 이때, 놓치는 것은 없을까 걱정하며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간을 만나게 해주며 물성을 함께 다루기를 시도한다.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오롯이 살아내야 하는 그 '삶', 그것은 시나리오가 아닌 이해하려는 의지와 우리들의 우연한 마주함에서 시작된다. 그 안에서 자신의 역량과 생각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그것을 행하고 더불어 지식까지 얻게 되는 놀라운 경험의 순간이며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나'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신뢰를 '너'에게도 동일하게 보낼 수 있는 것, 우리은 바로 그것을 제공하고 지키고 나눠야 한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러한 '체험', 이것은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을 말한다. '특정한 인격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 또는 '개인의 주관 속에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생생한 의식 과정이나 내용'으로 사람, 공간, 이야기, 물성이 갖는 온전한 진실과의 만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루 속에 들어 있다 펼쳐진 밤송이 가득한 마당에 놓인 아이들에게 각자의 봉투에 담는 '밤 줍기 체험'을 넘어 밤나무와 조우하며 밤송이 열매에 이르기까지 성장 과정을, 가시 돋친 채 땅에 떨어진 밤송이의 수고로운 시간과 귀히 여기고 더불어 껍질을 까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믿음을, 인생의 여정으로 배우게 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삶은 소비될 수 없으며 사람은 도구가 될 수 없으며 장소와 이야기는 지역을 지탱해주는 수많은 우연과 이해하려는 의지의 결과물로서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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