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해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해남의 공예가 6명이 지난 9월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에서 문화재청장상 등을 받으며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우수영들소리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는 낭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예술,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주신 어르신들과 수상자에게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오늘의 영광은 옛 명성에 비해 매우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의 고향 해남을 예전의 모습으로 부흥시킬 수 없는 것일까? 전통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최첨단 문화를 받아들이고 관광으로 조화시켜 더 살기 좋은, 더 윤택한, 더 역동적인 해남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일제 강점기 때 탄생해 옥공예로 특화된 거리를 형성하며 번성을 누렸던 황산 옥동마을. 인근 옥매산광산과 성산광산에서 채석되는 옥석은 빨강, 노랑, 검정 등의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있고, 손으로 깎고 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물러 섬세하게 조각할 수 있는 옥돌공예. 또한, 산이면 진산리 일대에는 국가사적 제310호로 지정된 해남 녹청자 가마터…. 해남 전통문화의 진수, 공예산업으로 그 명성을 일으키고 해남의 자부심을 되찾고자 하는 지역적 담론과 열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10년 전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어업과 무역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이곳이 삿포로시로 경제가 이동하면서 그로 인해 역할이 없어지고 생명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유리공예와 오르골 등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면서 현재의 관광지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새롭게 도시의 생명력을 얻으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일본의 도시재생 사업의 특징은 우리나라와 같이 속전속결 방식의 건축이나 재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10년을 넘기는 긴 시간을 가지면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재생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의 리더, 다시 말해 지도자의 강력한 추진력이든지, 또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주도로 추진하든지 중요한 것은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로서는 주목하고 배워야 할 점이며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인구가 줄고, 활력을 잃고, 경제기반이 취약해지고, 여행객이 오기에 접근성도 여전히 좋지 않은 옥동마을을 일본 오타루의 도시재생 사업처럼 공방에서 생산한 공예품(옥, 도자, 목, 금속, 생활, DIY)을 한데 모아 전시·판매할 랜드마크로서 문화산업진흥지구(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8조) 개발을 통한 공예산업을 집중 육성할 만하다.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공예처럼 작은 규모의 산업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앵커시설(공예창작지원센터)의 선구축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런데 문제는 영세한 공예업계의 사정을 감안할 때 민간에 의한 시설 구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문체부가 주관하는 '공예창작지원센터' 조성사업은 의미가 크다. 공공이 나서서 공예기술이나 관련 소재산업이 집적된 곳에 생산, 전시, 판매, 교육, 체험 기능을 갖춘 문화관광 융합형 공간을 조성하여 지속가능한 서남권 공예산업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공예는 인간의 손이 만들어 낸 가장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이다. 생활미학이자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도 불린다. 공예에 담긴 섬세한 손길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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