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침묵이 금인 양 살아와서 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해남의 대표적인 관광지 초입에, 새로운 메뉴를 출시했다는 어느 식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방문자 기록지에 이름을 적고 둘러보니 먼저 와 있던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현수막의 그 메뉴를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네댓 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앞 테이블에서 광화문 집회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온통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는 저 사람이 코로나 검진을 받았을까?'로 쏠려 음식이 나왔지만 집중할 수가 없었다.게다
사회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도태되어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복지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여 이들과 함께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일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할 능력과 감각, 감수성을 일찍부터 키워주는 일이다. 시대의 변화가 빠르고 전면적일 때는 선제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한 번 뒤처지면 그 차이를 따라잡기는 영영 불가능할지 모른다.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어 다급하다. 비대면 시대의 호황과 과중한 짐을 동시에 맡고 있는 택배와 배달업을 눈여겨본다. 이를 드론과
효소의 작용으로 인하여 유기물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대사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그리고 효모나 세균 같은 미생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을 발효식품이라 부른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발효식품으로는 된장, 고추장, 김치, 술, 간장, 치즈, 요구르트 등이 있다.식량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우리 몸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여 기본 체력마저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우리 몸에 필요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와 음식물의 영양가치가 넘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대형마트에
'좋은 술은 시골 벽촌에서 난다'(高酒出僻村)는 말이 있다. 어언 백년의 역사를 눈앞에 둔 해창주조장. 유기농 찹쌀로 빚은, 인공 감미료가 전혀 없는 막걸리를 전국 제일의 프리미엄급으로 승격(?)시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 가면 정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고양이들, 5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있다. 그 중 이름을 가진 놈들은 겨우 서너 마리에 불과하다. 해창주조장 사장이 점찍은 놈들만 부르기 쉬운 이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이눔의 시키들'이다. 이눔의 시키들은 서로 사이좋게 아옹
정남향인 우리 아파트는 여름에는 복도가 시원하다. 집안의 찜통더위를 피해 복도를 서성이는데 옆집 창문으로 군 청사 신축 공사장에서 기중기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 뙤약볕에도 공사장 인부들은 일을 하는가보다. 현재의 공정률로 보면 내년 6월에 준공한 후 10월경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신청사 공사장과 기중기를 한참 바라보다보니 재작년 겨울,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던 신청사 설명회가 떠올랐다. 호남뉴스신문은 그 취지를 청사 신축에 대해서 군민과 소통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군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수렴해 청
고등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없어졌다. 아니 없어진 건 아니고 오히려 주당 체육수업시간은 더 늘었다.그러나 그 시간은 늘었어도 학생들은 체육시간이 시험에 지친 머리를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며 출석점수나 채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여 태반의 학생은 딴 짓이다. 아무 의욕도 보이지 않는 학생들 앞에서 체육교사들도 당황해 한다.2교시 체육시간에 열심히 뛰고 나면 3교시 수학시간에 잠자게 되니 엄마가 그러지 말랬단다.그러다가 기말고사 시험철이 다가오면 체육과목 내신성적이라도 좋게 따려고 수행평가점수를 위해 잠깐 기술적 노력을 흉내 내는 정도다.과거시
옥천면 문촌마을은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아침에 눈뜨면 만대산이 보이고 드넓은 옥천평야를 내려다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다.마을은 다른 시골 동네와 다르게 위에서 아래로 일자형을 띠고 있으며 현재는 2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한 50년 전만 해도 70호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구 수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이게 바로 농촌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농촌의 인구문제는 어느 곳이든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비단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때는 신학기가 되면 매년 초등
벌써 7개월째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남긴 많은 것 중 하나는 온 세상이 글로벌화 되어, 인류가 한 몸뚱이로 묶어져 있고, 선진국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후진국들보다 더 치명적인 현상을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을 보라. 공공의료시설이 거의 폐허가 된 사회의 고통이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얼마나 끔찍한지. 모두가 공포로 느낄 만큼 코로나바이러스 공격이 거세지는 이 순간에도 권력자들은 반성은커녕 인종차별과 편견에 쌓여서 자기 정당화에만 집착하고, 자기 보호를 위한 권력
비가 많이 왔던 엊그제 소파의 낮은 팔걸이 한쪽을 베고 누워서 '미국 영어 문화 수업'을 읽고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작가가, 언어는 문화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간략하게 비교하여 쓴 책이다. 다음 학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제목만 보고 구입한 책인데 읽는 데도 부담이 없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더워지는가 싶더니 갑갑했다.마침 다른 쪽 팔걸이를 베고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여보, 창문 좀 열까?"라고 말했다. "비 들이치지 않을까?
세계의 교육학자들이 미래사회를 예측하면서 내놓는 답 중의 하나는 질문 능력이라고 한다.앞으로는 질문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집단만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연구되고 학습된 지식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접근이 쉽게 가능하고 찾기 쉽게 제공되니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별 필요가 없다고 한다.하여 정답보다 더 중요한 건 독특하고도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을 제대로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이들은 말한다.과제거리나 걱정거리를 두고 모여 논의를 시작할 때 우리는 늘 '무엇이 문제여?' 로부터 시작한다.문
해남의 특산물 중 으뜸인 해남고구마에 대해 어린 시절에는 해남 물감자로 알고 있었다. 집집마다 고구마를 심어 가을에 수확해서 겨울에서 봄까지 주식으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동치미와 찐 고구마의 궁합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리 배가 고팠는지. 첫 서리가 내리고 고구마 잎이 시들어지면 쟁기로 고구마를 캐서 방 한 쪽에 두 대통을 만들어 보관했다. 점심을 고구마로 때우면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쌀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을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이제는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시대
'목포의 눈물'이란 가요가 있다. 호남인들이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무언가 애달픈 한을 담아내는 노래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달래려고 부르곤 한다.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굴곡 과정에서 호남인들은 호적을 옮겨서 법적인 출신지를 세탁(?)하기도 하였고, 호남 출신임을 숨기거나 의도적으로 사투리를 잘 쓰지 않으려고 했다. 호남인 차별은 박정희 시대를 거치면서 확연하게 드러났고, 공직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차별당해왔다. 경상도 출신들이 호적을 옮기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누구인가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인물이라고
남편의 고향인 송지면 작은 산골 오지 마을에서 십오륙여 년을 살았고 해남읍에서 또 그만큼 살고 있다. 따뜻하고 정겨웠던 산골 오지 마을은 이제 대동회라도 하는 날엔 서너 명의 70대 중후반의 노인들이 10여 명의 80대 중후반의 노인들을 위해서 음식을 장만하여 상을 차리거나, 면소재지 식당에서 짜장면을 주문한다.반면에 해남읍엔 대단지 아파트촌이 해리와 구교리에 들어서 신도심이 만들어졌다. 유입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구도심과는 무관한 복잡한 상황이다. 신도심은 사람과 음식 냄새가 늦은 시간까지 넘쳐나지만 군청 앞, 매일시장, 5
세계가 한국 방역을 칭찬한다. 기분 좋은 칭찬이라 마음이 붕 뜬다. 코로나 사태가 다급한 나라들이 입발림으로 칭찬하는 정도가 아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 방역의 성공원인을 찾아내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그것도 통제와 억압을 바탕으로 한 중국 모델이 아니라 개방, 투명, 민주의 원칙이 한국방역의 근본적인 힘이라고들 하니 우리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찌들어있던 나같은 사람의 얼굴에도 잠시 주름살이 걷힌다.'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촛불집회의 구호에는 민주에 대한 염원은 분명했지만 민주주의의 기본 꼴
해남 토지 어디라도 다 자원이 될 수 있고 해남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가 귀한 자산이다. 땅끝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봄에 해당하고 계곡에서 북풍한설이 오면 겨울이다.해남은 우리나라에서 사계가 가장 뚜렷하고 자연 풍광이 뛰어난 천혜의 장소이다. 농업이 주가 되어 국내에서 최적의 경작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해와 남해의 바다를 접하고 있어 어업도 발달한 지형을 갖고 있다. 이렇게 풍요로운 땅을 갖고 있는 해남을 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어루만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연뿐만 아니라 인적자원도 타 지역과 비교해 결코 손
인간이 가진 많은 능력 중에서 '희망'이라는 능력은 장단점을 동시에 포장하지만 풀어낸 포장지는 다가오는 미래의 좋은 현상에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하여 살아갈 힘을 다시 얻게 되고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게 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 희망의 단점이지만, 그 희망을 이미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점이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희망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과 연결된 '나'이다.희망은 모두에게 있고 모두에게 가능하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 하지만 인
요즘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이태원 클럽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은 층간소음이 일으킨 주민 간 다툼, 경비원에게 갑질하는 입주민 같은 나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제공한다.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이웃이나 공동체보다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나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된 지는 오래다.작년 내가 사는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천변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그 때 모든 현수막을 무료로 제작해 준 702호 입주자가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다 이웃사촌 같아요."라고 어느 술
전국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이 집 안에 들어앉아서 일제히 학교 수업을 받다니…. 컴퓨터 보급률, 온라인 연결률 모두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이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기에 꿈이라도 꿔볼 수 있는 일이다. 온라인 개학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아직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온라인상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수업출석을 부르고 수업내용 설명도 하고 질문도 받고 숙제도 제시하고 숙제를 점검하기도 한다.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교사에겐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스마트 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COVID-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집단 발병하면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후 중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미국 등으로 감염세가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30일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3월 11일 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1월 19일 해당 바이러스가 처음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돼 온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고통을
코로나 전염병의 와중에 치러진 21대 총선이 끝났다. 혹자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를 아주 잘 다스려서 집권당이 압승했다고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2017년 촛불이 아직 생생하게 타고 있음이요, 호남이 드디어 자존감을 회복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물론 겉보기에는 코로나19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방역하고 있는 점은 큰 덤이지만 시민들의 건강한 민주주의 의식이 살아있기에 온갖 악조건에서도 촛불 정부를 지켜내고, 권위적이고 퇴행적인 반공 정당을 누를 수 있었다고 본다.그 야당은 최소한 70석은 기본으로 주는, 떠돌이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