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세계의 교육학자들이 미래사회를 예측하면서 내놓는 답 중의 하나는 질문 능력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질문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집단만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연구되고 학습된 지식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접근이 쉽게 가능하고 찾기 쉽게 제공되니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별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하여 정답보다 더 중요한 건 독특하고도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을 제대로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과제거리나 걱정거리를 두고 모여 논의를 시작할 때 우리는 늘 '무엇이 문제여?' 로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잠깐만에 쉽게 제공되거나 규정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숙의한다. 문제를 자세히 보고 검토하는 건 놔두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다급하게 중요했으니까.

일단 한 번씩 돌아보자. 문제는 제대로 찾았는가? 그게 문제인 게 확실한가? 문제가 확실하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어린이의 관점에서나, 전혀 공부도 못하는 말썽꾸러기의 눈으로 보면 이건 애초에 문제가 아니고 전혀 다른 게 문제임이 드러나기도 하는 순간이 있었음을 상기해보면서. 그렇게 해서 기발한 상상력,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그럴까'하는 의구심이 남지만 새로운 발명과 시장을 장악해가는 큰 힘들이 새로운 질문, 새로운 상상력에서 나오는 추세는 확실하다.

우리는 아니다. 정답 외우기 교육이었다. 거기서 조금 나아간 게 정답 찾아내는 능력 키우기-수능시험 체제 교육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정확한 도착점에만 이르도록 주변을 다 가리고 논리에서 논리만을 따라가면 이르게 되는 지점(이것이 정답이다)을 찾게 하는 일을 반복한다.

중간에 개입하는 감정이나 서정, 장난치고 싶은 마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상상력을 가차없이 싹둑싹둑 잘라내야 제대로 된 도착점에 이를 수 있다.

상상력은 정답찾기를 혼란하게 만들 뿐이므로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정답 찾기 논리 따라가기 훈련을 시키는 것이 우리의 교육이니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세계의 교육학자들은 한국에선 아무 필요 없는 지식을 암기하라고 12년의 감옥 같은 학교생활을 강요한다고 말한다. 미래사회의 주역은 한국에선 나올 수 없다고 비웃는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 '넌 이 학교를 졸업하고 상상력이 커진 사람이 되는 게 좋겠니?'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쉽게 대답하는 이는 드물다.

시험에서 정답 잘 찾아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학생들이 먼저 안다. 앞서가는 학부모들도 이 선택 앞에 서면 잠깐이라도 망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도 최종적으로는 상상력을 포기하는 쪽에 선다. 시골의 학부모들은 더 그렇다. 막무가내로 공부만 시켜달라고, 아이들 때려서라도 공부만 시켜달라는 학부모들이 압도적이라서 교사나 교육당국도 그 흐름을 어기기는 힘들다.

정답을 찾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오답에 이르는 학생에겐 분명하고도 가차없이 손해를 입히는 게 한국사회라서 교사들은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지상명령이며 습관이 되었다.

자유롭게 상상하라!

이걸 출발부터 부정해야 하는 우리의 공교육은 어떻게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사람을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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