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시인)

 
 

전국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이 집 안에 들어앉아서 일제히 학교 수업을 받다니…. 컴퓨터 보급률, 온라인 연결률 모두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이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기에 꿈이라도 꿔볼 수 있는 일이다. 온라인 개학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아직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온라인상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수업출석을 부르고 수업내용 설명도 하고 질문도 받고 숙제도 제시하고 숙제를 점검하기도 한다.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교사에겐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스마트 기기를 척척 만지는 우리나라 보통의 학생에겐 특별하게 어려운 점은 없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마트 기기 조작이 미숙해 학생의 개학은 학부모가 옆에 붙어있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부모 개학이라는 말도 나온다. 스마트 기기를 잘 만지는 언니 오빠라도 있는 집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부모 둘이 역할과 시간을 쪼개서 직장과 집을 쉼 없이 오가야 한다. 방에서 수업 받는 소리는 거실의 다른 아이 수업을 방해한다. 독립된 공간이나 이어폰을 따로 장만해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선은 모두가 힘껏 따라가는 수밖에.

학생들의 수업일수는 최소한이 정해져 있어 개학을 무기한 연기만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당국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전부터 시행했던 EBS 교육방송 채널이 집집마다 연결되어 있으니 매일 24시간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 전국에서 수업 잘한다는 대표강사의 수업을 방송으로 송출하면 학생들은 시간표에 맞춰 청취만 하면 방송 개학도 가능하다. 시간이 안 맞으면 녹화라도 해서 가능하다.

온라인 개학은 전국의 모든 교사가 자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새로 준비해야 하는 엄청난 일을 수반해야 한다. 각 학교별 온라인 수업준비 정도, 교사들의 온라인을 다루는 역량의 차이도 있을 수 있어 교육의 불평등 문제가 생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현실론 쪽에서는 방송개학이 무난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최종 결정은 온라인 개학이었다.

현실론도 설득력은 있지만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바뀌는 세상흐름을 일단은 올라타야만 한다. 어렵다고 이 큰 흐름을 놓치는 건 미래에 대처하는 자세가 아니다. 편리에 일단 주저앉고 보는 방식이다.

학생의 사회성을 키우고 소통능력을 증진시켜야 하고, 무엇보다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를 피부로 느끼며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의 핵심적인 기능은 온라인만으론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독립된 공간이 주는 집중력을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교육 같은 방법을 통해서 자기 생각과 깊은 사고력을 키우는 게 가능하다고 새로운 수업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단다.

어찌됐든 미래의 세상은 디지털 온라인이 기본이 될 것이다. 학교 졸업 후에도 각종의 강의나 연수를 평생교육으로 학습해야 하고, 스스로 찾아서 자기계발해야 할 강의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다. 온라인을 익히고 생활화하지 않으면 학생도 학부모도 되기 어려운 세상이 코앞에 왔다. 디지털 문맹이 현대판 문맹이고 현실적 문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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