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장)

 
 

해남의 특산물 중 으뜸인 해남고구마에 대해 어린 시절에는 해남 물감자로 알고 있었다. 집집마다 고구마를 심어 가을에 수확해서 겨울에서 봄까지 주식으로 삼았던 기억이 난다. 동치미와 찐 고구마의 궁합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리 배가 고팠는지. 첫 서리가 내리고 고구마 잎이 시들어지면 쟁기로 고구마를 캐서 방 한 쪽에 두 대통을 만들어 보관했다. 점심을 고구마로 때우면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쌀밥이라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을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시대로 건강식품 중에서도 고구마의 위력은 대단하다. 특히 황토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구마는 해남의 특산물 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영양분뿐만 아니라 당도 또한 국내에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을 지닌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구마의 약 25%가 전라남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이 이 곳 해남에서 수확되고 있다. 해남고구마는 다양한 재료로 활용되거나 가공되어 판매된다. 해남고구마협동조합의 박동호 이사장은 고구마를 유럽에 처음으로 수출하였고 말랭이와 쫀드기, 그리고 아이스 군고구마를 생산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고구마 모양의 고구마빵은 이제 전국 브랜드가 되어 해남을 대표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이다.

고구마는 원래 해남 물감자에서부터 시작해서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자색고구마를 거쳐 현재는 꿀고구마가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구마 뿌리에는 녹말이 아주 많고 오렌지색을 띠는 변종에는 카로틴이 풍부하다. 고구마는 통째로 또는 짓이겨 요리하여 먹거나 그대로 찌거나 구워서 먹기도 한다. 알코올이나 녹말의 원료로도 쓰이고 녹말을 이용하여 당면을 만든다. 줄기나 잎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한다. 고구마에는 비타민C 성분과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고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혈관을 깨끗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돕는데 탁월하다. 붓기를 제거하고 변비를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자색고구마는 고구마의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많다고 알려지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작이 많아 고구마 수확량이 떨어지고 모종이 잘 죽는 편이다. 그 이유는 토질과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무균모종을 대량으로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러스 없는 건강한 모종은 일반모에 비해 비쌀 수 있지만 수확량 및 당도를 생각한다면 무균 모종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고구마는 수확 후 오래 보관하기가 좀 까다로운 편이다. 추위에 약하고 생고구마는 상처가 나면 금방 썩는다. 그래서 상온의 건조한 지역에 주로 보관한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양분 소모가 많아지고 싹이 나서 상품으로 가치가 낮아진다.

이제는 해남고구마를 명품으로 만들어 소비자가 스스로 해남 특산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에서는 고구마 생산 농가를 독려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해남하면 고구마가 생각나게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해남을 찾는 관광객과 소비자가 해남의 특산품으로 고구마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해남은 고구마와 관련하여 명실상부 고구마 특구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해남고구마의 평판이 유지되도록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군에서는 해남 고구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등록된 생산기준을 준수한 생산자만이 해남고구마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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