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6. 참여형 축제로 변신 꾀한 남해군
관객과 소통 강화 참여형 축제로 변신
독일 옥토버페스트 오마주하며 특색도
축제는 야외행사라는 특성상 우천시 각종 제약 요소가 된다. 하지만 경남 남해군 독일마을에서 열린 맥주축제는 80㎜ 이상의 폭우에도 수만명이 다녀갔다. 관광객에게 있어 축제의 참여 기준이 ‘날씨’보다 ‘콘텐츠와 프로그램’인 것이다.
제13회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지난 2~4일 남해군 독일마을 일원에서 열렸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들이 은퇴 후 우리나라로 돌아와 정착한 마을로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를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특정 장면, 스타일 등을 차용하거나 인용하는 것)하고 있다. 축제는 남해군이 주최하고 남해군관광문화재단·독일마을맥주축제기획단·독일마을운영회가 공동 주관한 가운데 총예산 7억원이 투입됐다.
남해군 관광진흥과에 따르면 축제 기간인 사흘간 5만4838명이 축제장을 방문했다. 같은 기간 남해군 총 방문객은 11만8000여 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7%가 축제장을 찾은 것이다.
올해 축제는 ‘맥주에 담긴 나의 이야기’란 주제로 열렸다. 관객은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로, 주민은 운영자가 아닌 창작자로 변했다.
특히 올해 처음 마련된 홈브루잉 콘테스트는 그동안 맥주와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소비형 축제에서 ‘로컬 창의 산업형 축제’로의 도약을 보여줬다.
또 다른 시도는 비어스타(BEER STAR) 경연대회였다. 누구나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오픈형 참여 경연으로, 관객이 심사위원이 되고 참가자가 공연자가 되는 진정한 참여의 축제였다. 남해군은 방문객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축제’에서 ‘함께 만드는 축제’로 전환 시켰다.
매일 오후 1시와 5시에 열린 판타지 카니발 퍼레이드는 독일마을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이자 축제가 지향하는 ‘참여형 문화’의 상징이다. 마을주민, 남해군민과 향우, 내외국 관광객 등 220명이 함께 화려한 무대로 변신한 독일마을 거리를 행진한다. 독일 옥토버페스트에서 등장하는 마차 대신 남해는 트랙터가 선두에 서고 대형 인형, 브라스밴드, 화려한 불쇼와 브레이크 댄스 등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동안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도로로 나와 함께 즐긴다.
이번 축제에서는 독일 전통춤 ‘탄츠(Tanz)’ 클래스도 처음으로 도입돼 호응을 얻었다. 독일 복장을 입은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밴드 ‘엔텐바흐’와 현지 퍼포머들이 무대에 올라 요들송과 함께 전통춤을 선보였다. 관람객들도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스텝을 맞추는 등 단순한 공연이 아닌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문화 체험이 됐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함께한 퍼레이드
흥겨운 공연에 맥주 즐기며 열기 높여
올해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에는 유럽·남미·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축제장을 방문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비롯해 해외 참가자 다수는 사전 공모를 통해 ‘글로컬 퍼레이드팀’에 지원해 자신들의 전통 의상과 국기를 들고 남해 주민들과 함께 행진했다. 특히 옥토버챌린지에 참가해 맥주잔 많이 들기와 맥주 빨리 마시기, 옥토버나이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매일 밤 8시부터 9시30분까지 이어진 옥토버나이트는 흥겨운 공연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자리다. 독일 옥토버페스트가 대규모 맥주 텐트와 전통 의상으로 대중문화를 이끄는 축제라면 남해의 옥토버나이트는 공동체의 온기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화려한 조명과 DJ, 라이브 밴드가 어우러진 무대는 유럽식 축제의 흥겨움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한국형 페스티벌로 재해석됐다.
비어오픈마이크, 랜덤플레이댄스, 비어스타 경연대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모두 이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관람객은 객석에 앉은 관찰자가 아니라 언제든 무대 위로 올라설 수 있는 참여자가 됐다.
남해군은 축제에 맞춰 독일마을내 있는 원예예술촌도 새롭게 선보였다. 지난해 독립된 공간이던 이곳을 메인 동선에 연결해 가족 중심의 휴식·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플라워 가드닝 클래스’, 아이들을 위한 ‘컬러풀 화분 만들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비어 플랜트 테라리움’과 ‘감성 포토존 콘테스트’를 비롯해 주말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한 ‘보태니컬 드로잉 워크숍’과 ‘꽃과 음악이 있는 작은 콘서트’가 열리며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또한 남해관광문화재단은 ‘독일마을 앰배서더 서포터즈’를 운영해 현장에서 실시간 라이브 체험 콘텐츠를 제작하고 뷰티 분야 인플루언서들이 방문객 맞춤형 메이크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년 창업자들이 참여한 ‘도르프 청년마켓’ 역시 원예예술촌 인근에서 함께 운영돼 지역 청년 경제와 로컬 브랜드 홍보의 장이 됐다.
올해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폭우 속에서도 운영 안정성과 콘텐츠의 품격을 증명했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방문객을 흩어놓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단단히 엮었다.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의 강점은 단순한 방문객 수나 매출을 넘어 축제의 뿌리가 20년이 넘은 독일마을과 옥토버페스트라는 정체성에 닿아 있다. 독일마을 역사와 정서를 남해군에 입히고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기억과 청년 세대의 창의성을 하나로 엮어 단순한 소비형 행사가 아니라 세대와 지역,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적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공동취재단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