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1. 지역축제가 나아가야할 방향 모색

(편집자주)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해남신문을 비롯해 남해시대, 담양곡성타임스, 한산신문, 홍주신문 등 전국 5곳의 주간신문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국 1200여개 홍수 속 경쟁력 필요
일회성 지양, 지역 전반 효과 넓혀야

▲지난 5월 열린 해남공룡대축제 모습.
▲지난 5월 열린 해남공룡대축제 모습.

공룡대축제, 미남축제, 명량대첩축제를 비롯해 새봄새김치 담그기 축제, 황산 연호 보리축제, 흑석산 소풍 힐링축제, 캠핑관광박람회, 북평용줄다리기, 땅끝 해넘이·해맞이축제 등 올해 해남군내에서는 14개의 축제가 열린다. 예산은 총 39억9800만원이다. 여기에 각 마을에서 주최·주관하는 축제까지 하면 더 많다. 

미남축제와 공룡대축제, 캠핑박람회 등은 해남에서 숙식하며 실제 소비할 외지 관광객 유입이 과제다. 용줄다리기, 보리축제 등은 지역공동체와 면지역 축제의 한계를 넘어설 지가 과제가 되고 있다. 

해남군은 관광객 등 생활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홍보, 문화관광 여건 조성, 전통문화의 보존, 지역주민들의 화합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관광실내 축제팀을 신설해 미남축제, 공룡대축제 등 해남 대표축제 개발 등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인구감소, 경기침체 등에 놓인 전국 자치단체들이 축제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어 전국적으로 지역축제가 난립하고 있는 상태다. 단기간에 많은 관광객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데 축제만한 콘텐츠도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렸거나 예정된 축제는 총 1214개다. 전남지역에서만 143개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경기 155개, 강원 123개, 충남 101개, 경남 109개, 제주 57개 등에 달한다. 여기에 읍면동 단위에서 추진하는 소규모 행사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축제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상당수는 단기적 소비에 그치는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고 있고 실적 위주의 반복적 운영 속에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역사, 공동체적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지역축제가 외주 용역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기획부터 실행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은 주체가 아닌 행사 보조 인력이나 관람객으로 역할이 제한되고 축제 콘텐츠는 가수 공연 등 비슷한 무대와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단지 예산 소진이나 외부 평가를 의식한 행사가 아닌 지역이 가진 고유성과 주민의 삶을 담아내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외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립형 운영 모델로 전환하고 독창적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는 노력도 필수다. 주민참여 속 축제 개최를 위해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치단체가 수립한 계획을 검토·승인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주최로서 지위 격상도 필요하다. 

특정 소재를 바탕으로 유사한 축제가 전국에서 반복되는 현실도 심각하다. 소재나 콘텐츠는 유사하지만 명칭만 바꾼 축제가 각기 다른 지자체에서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에만 한우를 주제로 강원, 경남, 울산, 전남, 경북 등에서 치악산한우축제, 횡성한우축제,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 상주한우축제, 영산포 홍어·한우축제 등 16개의 축제가 열린다. 사과를 주제로는 8곳에서, 인삼을 주제로 6곳에서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진짜 지역축제 위한 변화 필요해
지속가능성 냉철한 성과평가부터

이는 지역별 특색을 약화시키고 축제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축제를 기획하기 전에 해당 콘텐츠의 중복 여부와 차별화 가능성을 냉정히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콘텐츠는 지양하고 지역의 색깔을 입힌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전국에 산재된 축제 중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해남미남축제의 경우 두륜산도립공원 잔디구장 일원에서 열리고 있지만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음식축제와 연관성이 낮은 각종 홍보 부스까지 가득하다보니 축제관람의 효율성과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식 나열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열린 해남미남축제 모습.
▲지난해 11월 열린 해남미남축제 모습.

지역축제는 지역경제와 연계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 기준도 단순히 방문객수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외지 관람객수, 지역 숙박업소와 상가 이용, 재방문율, 주민 만족도, 공동체 기여도 등 실질적 지표로 바뀌어야 한다.

지난 5월 열린 해남공룡대축제는 3일 동안 13만5000여 명이 다녀가 지난해(7만1000여 명) 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방문객 수에 비해 지역내 소비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해남미남축제도 3일간 23만8000여 명이 다녀갔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많다보니 읍 상점가는 공동화가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남읍 A 음식점 사장은 “미남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은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그냥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문객수 통계는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무인계수기를 통해 집계되다보니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는 축제 관계자 등 허수가 포함돼 있어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전문 축제평가기관에 의뢰해 문화관광축제 평가기준에 맞춰 외지 방문객, 방문일수, 재방문, 만족도, 개선사항 등에 대해 조사·평가하고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축제는 일시적으로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교통·위생 등에 대한 면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군이 대표축제로 밀고 있는 공룡대축제와 미남축제는 진입로가 한 곳뿐인 2차선 도로로 관광객들의 차량이 몰리면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하는 등 교통혼잡에 되돌아가는 방문객들도 발생하고 있다.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만큼 방문객의 발길을 해남군 전체로 분산시켜 혼잡을 피하고 축제 개최에 따른 효과를 지역이 함께 누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동취재단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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