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한국 치킨산업 본고장으로 소재 선점
축제와 산업 공존 관광형 산업축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로 불리는 대구. 무더운 여름 날씨로 인해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여름은 대구라는 도시를 상징한다. 대구는 폭염을 유쾌한 에너지로 전환한 축제 전략을 모색, 무더위를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도시형(관광형) 축제 모델을 구축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여름을 통째로 삼킨 듯한 참을 수 없는 폭염을 즐길거리와 결합해 여름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구=치킨+맥주’라는 연결고리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구는 대한민국 치킨산업의 본고장이다. 전국 유명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구에서 시작됐다. 1970~1980년대 멕시칸치킨,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스모프치킨 등 수많은 치킨 브랜드가 생겨났다. 교촌치킨, 대구통닭, 땅땅치킨, 별별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치킨파티,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누구나 흔히 들어본 굵직한 브랜드들의 탄생지도 대구다.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 닭 요리를 기반으로 지역 외식문화도 함께 발달해왔다.
특히 치킨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맥주와 결합시켜 ‘치맥’으로 지난 2013년 제1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현재까지 매년 7월에 축제를 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200여 개 축제 중 25곳만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2020년부터 5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단순하다. 한 손에 치킨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에 맥주를 들고 먹고 마시며 공연을 관람한다. 특히 축제장소가 수십만 명이 모여도 혼잡이 덜하고 각각의 공연 콘셉트에 차이를 둬 다양한 연령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넓은 공원이라는 이점도 갖고 있다.
올해 열린 제13회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맥 센세이션(CHIMAC SENSA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7월 2~6일 5일간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총 3개의 빅 스폿과 4개의 테마거리 구성, 치맥업체 등 관련 부스 253곳이 운영됐다. 메인 공연장, 가족형 쉼터, 이색 테마공간 등 성격 유형 기반의 맞춤 거리까지 치맥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취향 따라 공간 분리 대중화 나서
여행플랫폼 통해 관광객 유입 눈길
메인 행사장인 2·28 자유광장은 여름 공연의 트렌드를 반영해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면서 전자음악을 즐길 수 있는 ‘워터 콘서트’가 축제 기간 내내 열렸다. 무대 4면에 전광판을 설치해 LED 영상으로 어느 방향에서도 무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또한 인사이드 스탠딩존을 통해 관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두류공원 2주차장에서 열린 ‘치맥 더 클럽’은 DJ와 관람객 모두 호러 분장을 하고 치맥과 클럽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행사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코오롱 야외음악당에는 달걀 모양의 대형 투명 ‘에그돔’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에어컨이 설치된 시원한 실내에서 치맥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장르의 유명 뮤지션 공연이 진행됐으며 메인 공연장 외에도 공원의 각 공간별 맞춤 공연을 펼쳐 세대를 통합했다. 이밖에도 다회용 컵 제작 등으로 친환경 운영, 외국인들이 함께 치맥을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존과 글로벌 인포메이션 센터를 설치해 안내를 지원했다.
해남군이 대표축제로 육성 중인 해남미남축제는 공연장 따로, 먹거리존 따로 라면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치맥을 먹고 마시며 공연을 관람하며 흥을 돋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단 안전을 위해 무대 주변 테이블 등에선 병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다수가 대구에 있다보니 축제장 한 켠엔 비즈니스센터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현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쿨링백, 에코백, 파우치 등 기획 상품도 높은 인기를 끌며 1100여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클룩(Klook) 등 아시아권 대표 여행 플랫폼을 통해 프리미엄 사전예약존 이용권과 맥주·굿즈 패키지, 83타워 할인권이 포함된 테마 여행상품을 판매해 700여 명의 해외 단체관람객이 페스티벌을 방문하기도 했다.
광역시로 인근 지역 접근성 뛰어나
공간 구성, 프로그램 단순화 등 주목
대부분의 치킨 부스 앞에는 치킨을 구매하려는 긴 줄이 이어졌지만 회전율은 예상보다 빨랐다. 주문과 포장 과정이 분리돼 있어 혼잡한 와중에도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졌다.
메인 무대는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과 후방 등 어디서든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 공원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공연을 보며 먹거리를 즐기는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많았다. 넓은 축제 공간에 따라 잔디존, 테이블존, 돗자리존을 활용해 관람객들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와 자연환경이 축제 공간으로서 이상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달걀 모양의 대형 투명 ‘에그돔’은 폭염 속에서 ‘달걀이 익을 것 같다’는 대구 특유의 덥고 뜨거운 날씨를 유쾌하게 시각화했다. 치킨과 연계된 달걀이라는 소재를 상징으로 활용, 축제 컨셉과 자연스럽게 연결한 감각이 돋보였다. 더위에 지친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더위를 잠시 피하거나 안에서 치맥을 즐길 수 있었다.
시설·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메인 행사장의 화장실은 사람이 몰려 기다림이 필수였지만 공원 곳곳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청결하게 유지됐다. 또한 안내소와 의료 부스, 경찰 인력 배치 등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관계자들이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메인 무대와 클럽존, 이벤트 구역에는 장애인 전용 구역이 마련돼 있었으며,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평탄한 동선과 안전·의료 시설의 인접 배치 등은 축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실상 인구수가 236만여 명에 달하고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인근 자치단체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나는 등 유동인구가 많은 것도 축제가 흥행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때문에 해남과 같은 농어촌지역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공간 구성과 관광객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인들로 프로그램을 단순화 시키는 등 해남지역 축제가 접목해나가야 할 방안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공동취재단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