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를 피해 새벽에 마당의 풀을 뽑고 있는 내게 비파원 숙박객이 다가와 한마디를 건넨다."그 연세에 유유자적 지내시지 뭐 하러 섬에까지 와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십니까?""우리 나이에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게 내 일이지요" "글을 쓰세요. 이미 책을 내셨으니까 소설이나 시도 도전해보시고…""아이고, 시나 소설이 그렇게 누에 실 뽑듯이 솔솔 나온답니까?"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숙박객이 가고나니 괜히 마음이 심란해져 호미를 던져버리고 앞 산마루를 쳐다본다. 문학, 문학의 길…. 누구
긴 장마로 습한 날씨와의 싸움으로 지치다가도 해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싫어 모자와 양산을 동원하여 숨고 에어컨 밑으로 도망을 치는 여름이다. 7월 가족과의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즐거운 시간을 꿈꾸어 본다.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양립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 매년 7월 1일부터 7월 7일까지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행사를 하고
'화광동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구절인데 '광채를 줄이고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라'는 뜻입니다.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남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하고픈 욕망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존경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묘한 질투심이 솟아오르는 존재들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사람은 멍석만 깔아주면 누구나 한두가지쯤은 자랑할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잘난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기러기들은 추운 겨울을 피해 날아갈 때 V자 대오를 이루어 날아갑니다. V자 대오로 날면 뒤 기러기는 앞 기러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모습을 보며 기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마리씩 따로 날 때보다 떼를 지어 V자형으로 날 때 비행거리가 70%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V자 대오에서 한 기러기가 뒤처지게 되면 이 기러기는 자신이 다른 기러기에게 방해가 되고 있으며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위치를 찾아 대오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힘차게 나는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을 얻습니다. 맨 앞에서 날던 기러기가
세연정과 동천석실, 낙서재가 있는 보길도 고산윤선도유적지 옆에 살면서 매일 오고가는 관광객들을 만나고 있다. 요즘 관광의 대세가 걷기열풍으로 옮겨가면서 예전처럼 관광지의 문화와 정신을 음미하는 문화관광과는 멀어졌다고는 하지만 보길도의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전복도, 천혜의 경관도 아닌, 고산이 발견한 부용동 일대의 도가적 기류와 '어부사시사'의 산실로서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는 이런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들에게 전달될 것인가. 그들은 소문에 비해 그리 현실적이지 않는 관광
올 해는 장마도 길고 여름도 많이 덥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덥다는 말이 인사가 되고 있어 걱정이 된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지쳐가는 몸과 들려오는 소식으로 흔들리고 낙심되는 마음이 그래도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이 위로가 되어 다독임을 받고 담장의 초록의 싱그러움이 마음의 평안을 준다.얼마 전 섬마을에서 있었던 성폭력사건이 연일 인터넷과 방송을 타고 보도되면서 잘못된 성 인식보다는 섬마을이라는 특성과 피해자가 여교사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질되어지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계속되어지는 보도와
귀촌한 뒤로 올해 처음 해남에서 봄을 보냈다. 고향을 떠난 지 47년 만에 사계절을 온전히 해남에서 지내니 이제야 고향에 돌아왔다는 감회가 든다.1967년 이맘 때 필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의 청년으로 6년 만에 해남에 머물며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벗어나고 싶어도 아무런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거의 매일 저녁 친구들과 면소재지로 나가 폭음한 뒤에 밤새 들판에서 남의 논을 맸었다. 그래도 2년 동안 고향에서 지낸 덕으로 한해 농사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제향 등 동족마을의 문화도 대강 이해하게 되었다.그런데 고
부모가 자녀에게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나의 아들(딸)이어서 고맙다"고 축복하는 말은 자녀에게 뜻 깊은 선물이 됩니다. 자녀는 부모의 축복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소중한 사람들은 우리 자신의 정신과 영혼의 일부가 됩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온 사람들은 죽어서도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줍니다.사람과의 관계를 약이나 수술로 고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사이의 치유는 말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소중한 사람이 병들었거나, 외로워하거나, 죽어갈 때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중한 사람을 찾아주
6월,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5월 이미 한 여름 같은 날씨, 섭씨 30도 넘는 폭염(Heat Wave)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했다. 거기에 희뿌연 미세먼지가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대기를 장악했다. 각 방송사 마다 기상 전문캐스터의 기상예보가 시시때때로 계속되었다. 금년 여름은 여느 해보다 더울 것이라는 예보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월 인도 일부 지역은 섭씨 50도를 넘어섰고, 이 살인적 폭염으로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일부 지
노랗게 보리들이 익어가는 들녘의 찬란함과 싱그러운 녹색 바람 속에서 아카시아가 향취를 맘껏 뿜어내고 빨간 장미가 넝쿨을 타고 올라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봄 햇살같은 5월이 잔인한 달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위험과 맞서서 싸워야하는지를 알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앞에 벌어진 것이다.나는 며칠 전 색색이 아름다운 물결을 이루듯 수많은 포스트잇 앞에 섰다. 그러나 색색의 종이 안에 적힌 글들은 '꽃다운 나이에 어쩌면 나를 대신해서 먼저 가버린 당신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며' 강남
특히 밤공기가 좋다, 오월은. 춥지도 덥지도, 각다귀와 모기도 많지 않으니, 싱그러운 달밤에 개구리가 우는 들녘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있다.예전에는 밤에도 못자리 물을 보러, 또 마른 논배미에 물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들에 나와 있어 춘소(春宵)를 즐기는 것은 호사로 여겨졌는데, 수리관개가 잘 된 지금은 나오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걷는 것이 오히려 을씨년스러울 지경이고, 오가는 자동차 불빛 때문에 호젓한 길을 찾게 된다.세상도 변하고 농촌 마을은 특히 주민이 크게 줄었다. 독거노인의 호구가 대부분이고, 빈집도 많다. 양주가 해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 날이 있습니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가정을 우리는 바랍니다. 사랑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고 공감하는 아름다운 가정을 소망합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더불어 사는 가정을 원합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한 가정을 우리는 기뻐합니다. 가정이란 확대한 자신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녀이고 선택적 부모이며 선택적 배우자이기 때문입니다.좋은 가정은 좋은 자신에게서 비롯됩니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람, 사랑하며 존중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러한 가정을 만듭니
지난 4월 22일이 지구의 날이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해상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에 의해 1970년에 제정되어 46주년째를 맞는다.금년 지구의 날은 아주 특별했다.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지난 해 12월,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기후협정의 서명식'이 남북한의 대표를 포함 170여 개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여느 해처럼 각국의 민간단체들이 그들 도시의 중심에서 다양한 지구환경보전의 이벤트가 열리는 가운데 서명식이 거행된 것이다.파리협정은 지구촌의 가
작년에 한참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나는 그때 뭐 했나?하며 추억여행을 가보기도 했다. 드라마의 인기를 반영해 추억의 과자가 나오고 패션도 복고풍이 다시 유행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움보다는 잘 보내왔던 시간들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일 것이다. 이러한 복고열풍의 여세일까? 학생들의 문구와 용품까지 반갑지 않은 복고열풍이 불었다.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면 노트나 팬시용품에 이런! 하며 인상을 쓰게 하는 "10분만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그 얼굴에
잡초와 가시덤불, 칡넝쿨만 무성하게 자라던 뒤꼍 채마밭에 무화과, 대추, 자두 등 유실수 몇 그루와 포도 묘목 다섯 주를 심었더니, 자주 채마밭에 올라가 그새 얼마나 컸는지 살펴보게 된다. 으레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인데 줄기에서 눈이 트고 가지가 돋아나는 것이 몹시 반갑다. 무언가 뿌리고, 심고, 기다리면 땅은 반드시 흘린 땀보다 많은 열매로 보답한다는 점이 자연의 조화다.하지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고, 더욱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때로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한다. 하늘이 기회를 주어야 비로
우리도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광발전 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0년 여 동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농어촌 곳곳에 태양광발전이 쉼 없이 등장해 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일부 지역주민들의 태양광발전 반대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반대대책모임을 구성하고, 행정당국에 반대민원을 제기해 왔으며, 그럴 때마다 행정당국은 전전긍긍해 왔다. 주민들은 반대 이유로 '환경과 경관훼손, 조망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 또한 일자리 하나도 생기지 않고, '마을에 전혀 이득이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영국의 신경제재단은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를 코스타리카라고 말합니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1948년 이미 군대를 없앤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의 점령을 받지 않은 채 '군대의 덫'을 피한 사실상 유일한 나라입니다. 군대 대신 평화와 행복을 선택한 나라입니다. 국민 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도덕 교육을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우고, 팀워크를 만드는 법을 익히는 나라입니다. 많이 웃는 나라, 가족을 중시하는 나라입니다.경호원 없이 대통령이 산책하는 나라,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가서 보니 산에 다녀온 남편이 화병에 진달래를 꽃아 두며 봄소식을 전해주었다. 아직은 바람에서 사나운 겨울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옷깃을 여미는데 매화꽃과 진달래를 보며 봄이 오는 설레임과 정말 봄이구나! 하며 대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여기저기 꽃 소식 만큼이나 상담소로 오는 성교육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새 학기,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상담소와 함께 전문적인 성교육을 하길 원하는 곳이 많아졌다.상담소 초기만 해도 성폭력예방교육에 대해 문의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학교나 단체에서 직접 예산을
4.13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 동안 갖가지 진통을 겪으면서 선발한 각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등록이 시작되었다.아직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유롭게 자신의 대표를 뽑지 못하는 일당지배 국가인 중국이나 북한과 달리 우리 손으로 자신의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하지만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도 유권자의 기대에 맞은 사람이 꼭 후보로 나서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는 늘 차선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특히 영호남지역의 경우 지역감정을 등에 업은 특정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병적인
꽃 피는 춘삼월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수목들과 각종 풀들이 새 순을 내고, 좀 있으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우리 사람들도 이 거대한 대자연의 오묘한 질서, 만물이 약동하는 봄이 오면 기대와 설렘을 갖는다. 수목과 풀들이 꽃을 피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들이 있다. 벌과 나비들이다. 어린 시절 풀밭 사이에 앵앵거리는 벌들, 사푼사푼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아다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지금 현대 문명의 편리와 이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이에, 어릴 적 우리의 친구들이었던 이들이 어디로 사라졌다. 춘삼월이 되었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