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아(해남성폭력상담소장)

 
 

긴 장마로 습한 날씨와의 싸움으로 지치다가도 해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으로 하늘을 보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싫어 모자와 양산을 동원하여 숨고 에어컨 밑으로 도망을 치는 여름이다. 7월 가족과의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즐거운 시간을 꿈꾸어 본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양립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 매년 7월 1일부터 7월 7일까지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행사를 하고 있다.

아주 거창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남녀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간이다. 양성평등주간을 따로 만들어 행사와 홍보를 통해 알려야 하는 현실이 불편하고 때론 허공에 손짓하는 것처럼 양성평등을 주장해도 은근히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가 해야 할 것과 여자가 해야 할 것, 남자 아이에게 줘야할 것과 여자 아이에게 줘야 할 것들을 규정짓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남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책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남자와 여자는 애초부터 생각하는 방식도 행동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여자는 이래야해', '남자는 이래야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정말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처음부터 다른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그렇게 키워져 온 것일까?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 똑같은 참여 기회를 주고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면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갈까?

물론 여자와 남자는 신체 구조와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신체 구조와 체력을 무시하고 무조건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양성평등이기도 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다름으로 인해 차별하지 않고 그에 합당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꽤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아 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에는 선덕여왕을 비롯해 3명의 여왕이 있었고, 뿐만 아니라 고려사에는 딸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여성의 재산권 상속이 사라졌고, 남존여비의 사상이 강화되면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와 북어는 팰수록 부드러워진다', '여자와 접시는 내둘리면 깨진다' 와 같이 이 때 생겨난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남존여비, 남아선호사상이 이어져오고 있다.

많은 법과 제도가 바뀌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세계 145개 나라 가운데 115위로,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카타르, 중동 아프리카의 나라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성 평등이 실현되지 못한 나라라는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방이나 소파에 앉아 휴식을 즐기거나 친구와의 약속에도 저녁을 걱정하거나 아이들을 챙기는 일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반면 아내는 퇴근하기도 전부터 저녁 반찬거리 걱정부터하며 집에 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하랴, 설거지를 하랴, 청소 하랴, 애 돌보랴 너무 바쁘다. 혹여 야근이나 저녁 약속이 있어도 이렇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맞벌이 가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그리고 자녀들이 집안일을 나눠 하면, 서로가 행복해질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많아질 때 우리의 미래는 양성이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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