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포레스트수목원·구수골 붐벼
과거엔 말 목장, 누에, 수박으로 유명
지난해 마을 콘테스트에서 1위 차지

▲봉동청년회가 세운 마을 표지석.
▲봉동청년회가 세운 마을 표지석.

수국이라는 날개를 달고 전국 유명 관광지로 날아오르고 있는 곳이 있다. 

현산면 황산리 봉동마을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산골마을로 봉(鳳)의 머리가 마을을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봉골이라고 불렸고 행정 개편 후 ‘봉동(鳳洞)’이 됐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에서 말을 키워 말총으로 갓을 만들었다해 ‘갓점’이라고도 불렸다. 현재 22가구 40여 명이 마늘과 양파, 배추 등 대부분 밭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드론으로 바라본 현산면 봉동마을 전경.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드론으로 바라본 현산면 봉동마을 전경.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이곳에 위치한 포레스트수목원은 산이면 출신인 김건영 원장이 지난 2015년부터 봉동 계곡 6만여 평의 부지에 여름꽃의 대명사인 수국과 다양한 식물을 가꿔 현재 전국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산림청에서 선정한 ‘2025년에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에 뽑히며 오는 14일부터 7월 14일까지 있을 제7회 땅끝해남 수국축제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산면 봉동계곡 포레스트수목원 전경. 오는 14일부터 제7회 땅끝 해남 수국축제가 열린다.
▲현산면 봉동계곡 포레스트수목원 전경. 오는 14일부터 제7회 땅끝 해남 수국축제가 열린다.

김범용(69) 이장은 “이곳 봉동마을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았는데 옛날엔 산골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 ‘봉동 것들’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며 “번덕지(벌판)를 개간해 먹고 살만해지고 구수골 계곡과 수목원이 유명해지며 이제는 봉동에 산다하면 ‘아따 좋은데 사요’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마을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는 갓을 만들었다고 해 갓점 혹은 깟점이라고 불렸는데 사실 이는 ‘각점’이 잘못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도자기를 비롯한 빗, 갓 등 각가지 물건을 만들었던 곳인데 이 때문에 각점이라 불려야 맞다. 현재도 가마터가 존재하고 옹기 등 도자기 파편이 나올 정도이다”고 덧붙였다.

▲김범용 이장이 과거에 갓을 만들었다는 ‘갓골’을 가리키고 있다.
▲김범용 이장이 과거에 갓을 만들었다는 ‘갓골’을 가리키고 있다.

서형자(62) 씨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수국 묘목 등을 관광객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있다”며 “수목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수국이 참 예쁘게 잘 가꿔졌다며 칭찬할 때 마을 주민으로써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봉동마을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축산관리연구소가 위치해 말과 소 등을 이곳에서 키우고 관리했으며 해방 후에는 누에와 뽕나무 등을 키우는 잠실단지로 쓰였다. 누에를 돌보기 위한 젊은 여성들이 마을로 이주해와 마을 청년과 결혼 후 정착한 사람도 있다.

특히 70년대 봉동에서 난 수박은 당시 매우 유명한 특산품으로 수박을 갈랐을 때 서릿발처럼 새하얀 설탕이 보였다고 표현될 정도로 달고 맛있었다고 한다.

김 이장은 “수박은 메마른 산성 땅에서 잘되는데 과거 봉동 땅이 개간이 잘 안됐을 때 봉동에서 키웠던 수박이 전남 5대 장터로 꼽혔던 현산 월송장에서 최고 인기였다”며 “현재는 땅이 개간돼 키우고 있지 않지만 봉동하면 수박인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봉동 구수골에 위치한 물놀이장은 봉동마을 청년회에서 매해 7월 중순부터 한달여 간 운영하고 있다. 편백나무 군락지와 데크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고 시원한 계곡물과 울창한 산림 속에서 여름을 즐길 수 있어 가족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여름철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구수골 계곡.
▲여름철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구수골 계곡.

양예순(83) 씨는 “물놀이장이 생기기 전에는 주민들의 빨래터로도 쓰였다”며 “특히 30여 년 전엔 여름철에 1번씩 온마을 주민들이 계곡에 모여 닭과 돼지 등을 잡고 다함께 물놀이를 즐겼던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봉동마을은 지난해 해남군이 주최하고 해남군농어촌협약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땅끝 천년의 마을 콘테스트에서 12개 읍면 마을과 경쟁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이장은 “교육 등에서 주민 참여율을 높여 빠짐없이 모두 참석했고 박구윤의 ‘뿐이고’ 노래를 개사해 마을 이야기를 담고 율동과 함께 퍼포먼스로 표현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시상식 당시 마을 이름이 끝까지 안불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맨마지막에 1위로 불려 기분이 매우 좋았고 나중에 돼지도 잡아 마을 잔치를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을 콘테스트에서 주민들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난해 마을 콘테스트에서 주민들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당시 마을 콘테스트에서 숙원사업으로 발표한 산촌체험관 보수와 마을 앞 빈창고 개조는 현재 기초 설계 조사 중에 있다. 

김 이장은 “현재 마을에서 2개동의 산촌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달에 전기세가 70만원에 이를 정도라 태양광 등 자체 전기 생산 시설이 필요하고 내부시설 보수 및 배수로 정비 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며 “마을회관 앞 빈창고도 공동 식사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산촌에서 나는 다양한 자원을 이용한 건강 밥상을 주민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을 콘테스트에도 동참했던 김건영 원장은 “수목원 하면 물이 가장 중요한데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봉동만한 곳이 없었다”며 “마을이 발전해야 수목원도 같이 발전할 수 있어 앞으로도 마을을 위해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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