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천 따라 복숭아나무 1100그루 식재
과거 양반촌으로 불려, 호수 안 정자도
복숭아·용과·레드향·단감 등 재배해 나눠
해남신문은 지난 2024년부터 연중 기획으로 ‘해남 마을 이야기’를 보도했다. 올해도 해남 515개 마을 곳곳의 유래와 역사, 문화유산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담아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분홍빛 복숭아꽃들이 길을 따라 줄을 이어 피어나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이 있다.
마산면 오호마을 주민들은 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수년전 마을 앞 오호천 일대의 환경 정화를 실시하고 지난 2023년부터 복숭아나무 1100여 그루를 심었다. 마을의 특산물이었던 복숭아를 통해 마을을 브랜드화하고 외지인에게 마을을 선보이기 위해 추진한 것인데 지난해 6월에는 첫 복숭아 축제도 개최했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된 마을리더 아카데미를 통해 오호제 저수지와 복숭아로 ‘오호’를 표현한 마을 심볼과 로고를 만들고 12월에 진행된 ‘땅끝 천년의 마을 콘테스트’에서 마을 발전 지속가능성, 주민 참여율, 마을 소개 퍼포먼스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오호마을은 예전 산일면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옥하(玉河)시’로 불렸고 두음법칙에 의해 ‘오카시’가 ‘오가시’로, 마산면에 편입된 후론 5개의 물줄기에 큰 저수지를 지녀 ‘오호(五湖)’가 됐다.
100여 년 전엔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배가 오가는 등 작은 시장이 들어설 정도였다. 조선시대엔 마을 호수 안에 정자를 짓고 양반들이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40여 가구 60여 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이이근(83) 오호마을 노인회장은 “우리 마을은 물도 공기도 좋고 화목해 스트레스가 없어 80세가 넘는 사람이 15명일 정도로 장수마을이다”며 “오래전에 마을에 양반들이 많이 거주해 진사를 비롯해 지서장들이 부임하면 제일 먼저 방문해 인사를 올 정도로 양반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일 열린 제25회 마산면민의 날 기념식에서 102세로 장수상을 수상한 최순엽 옹이 마을 주민이다. 오호마을은 매일 20여 명의 주민들이 점심을 같이 먹고 독거노인들의 끼니까지 따로 챙길 정도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또 인심이 좋고 경관이 뛰어나 귀농귀촌 가정이 11호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오호마을에는 현재 다리가 놓여 교통에 지장이 없지만 50여 년 전엔 마을 앞 하천과 저수지를 따라 수백여 개의 노두(징검다리)가 존재했다.
민홍준 이장은 “학창 시절 논밭에 가려면 무조건 그 길을 건너야 갈 수 있었다”며 “특히 마을에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르는데 상여를 메고 그 징검다리를 건넜고 80년도에 다리가 생기며 하천 정리 사업을 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마을 이장을 맡았던 민경석 전 이장은 으뜸마을 사업과 마을공동체 사업을 적극 추진했을뿐 아니라 복숭아와 용과, 레드향, 천혜향, 단감 등을 재배해 주민들과 나눠 든든한 존재다.
민경석 씨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해남에서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작물들을 재배해보고 싶었고 현재 7개동 2000여 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여러 작물을 키우고 있다”며 “다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작물들을 나누니 주민들의 반응도 재밌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10여 명은 지난해부터 꿈보배학교 문해교육에 참여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기도 하다. 글 공부를 하며 직접 그리고 만든 작품을 전시도 했다.
박정심(73) 씨는 “선생님들이 정성껏 프로그램을 준비해줘 글도 배우고 여러 작품도 만드는데 뭘하든 너무 재밌다”며 “일주일에 2번씩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산수도 배우는데 배울 때마다 까먹지만 주민들과 함께 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다”고 말했다.
마을 앞 오호제는 주민들의 휴식처기도 하지만 숙원 사업의 대상이기도 하다. 오호제의 실소유주인 조선대학교 측에 매입을 시도해 수변공원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과도한 금액을 요구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수달이 산다고 알려질 만큼 청정지역으로 잘 가꿔 주민들의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민홍준 이장은 “바라는 점은 마을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하는 것뿐이다”며 “마을을 더 알리기 위해 올해 2회 복숭아 축제를 성대하게 열고 싶고 주민들이 점심식사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회관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목표이다”고 말했다.
봄에는 복숭아꽃의 분홍빛 향연으로, 여름엔 복숭아 열매의 달콤한 향으로, 평상시엔 ‘오호’라는 감탄사로 채워질 오호마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