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기 (해남읍, 시인)
감격의 눈물
슬프다고 말하면
눈물 나고 더 슬퍼질까 봐
조용히 고개 숙입니다
마음속 슬픔 참다가
눈가에 작은 이슬방울
흘러내리는 것 보이지
않기 위해 말없이
고개 숙입니다
그대와 나 오랜 세월
사랑하며 행복한 삶 살아온
보람에 감격의 눈물 흐르면
뒤돌아 먼 산 바라봅니다
젊은 시절 가난에 쪼들리며
어렵게 살았던 서글픈 과거
생각에 슬픔의 눈물 흐르면
두 손 감싸 훔쳐냅니다
마음속 감격의 기쁨과 슬픔
교차하는 순간 눈물 나려고
하면 더 슬퍼지기 전에
긴 한숨 들이쉬며 조용히
고개 숙입니다.
봄의 기다림
저 높은 산봉우리에
하얀 눈 쌓여 있어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아라
복수초 노란 꽃잎
겨우내 언 땅 헤짚어
방긋이 고개 내밀고
매화 향기 바람에 날려
우리 곁에 다다르면
봄은 쉽게 오지 않겠느냐
저 긴 강물 꽁꽁 얼어
강물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아라
엄동설한 고드름에 덮힌
버들강아지 솜털 줄기
강물에 씻겨 녹아내리고
따스한 햇볕 포근한 바람
마른 갈대숲 스며들 때면
봄은 쉽게 오지 않겠느냐
겨울 속 하얀 눈 내려
온 세상을 다 덮고
우리의 발걸음
멈추게 한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아라
응달진 산비탈 하얀 서릿발
동풍에 녹아내리고
뒷동산 다람쥐 딱따구리
도토리 먹이 쪼아 댈 때면
봄은 쉽게 오지 않겠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