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뒤 산맥이 뱀처럼 구불구불
협동심 장점, 온 주민이 오순도순
개발 제한 넘어 브랜드 살리고파

해남신문은 지난 2024년부터 연중 기획으로 ‘해남 마을 이야기’를 보도했다. 올해 도 해남 515개 마을 곳곳의 유래와 역사, 문화유산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담아 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푸른 뱀의 해로 불리는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첫 순 서로 해남청자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뱀골, 화원면 사동마을을 소개한다.

 

▲드론으로 바라본 화원면 사동마을 전경. 마을 뒤로 산들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다.
▲드론으로 바라본 화원면 사동마을 전경. 마을 뒤로 산들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다.


화원면소재지서 신덕저수지를 따라 차로 6~7분. 산들이 구불구불 똬리를 튼 뱀의 형상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골이 나타난다. 마을 지세가 뱀처럼 구불거리고 인근에 골짜기가 많아 뱀이 많이 출몰, 뱀골이라 불렸다. 이후 행정구역 개편 때 ‘사동(巳洞)’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43가구 70여 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뱀골 '사동마을'을 알리는 버스정류장 표시.
▲뱀골 '사동마을'을 알리는 버스정류장 표시.

 

사동마을은 지난 1998년 한 등산인의 신고로 신덕저수지 인근에 초기청자 도요지가 산재돼 있음이 세상에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뱀골은 신덕천을 중심으로 20여 개의 작은 골짜기가 발달돼 있는데 이 골짜기를 중심으로 국내 유일의 초기 청자가마 90여 기가 확인됐으며 대접, 접시, 항아리, 광구병 등이 출토됐다. 국내 자기 발생의 단서와 초기 청자 기형 변화 등을 파악하는 중요 유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도 했고 현재 전남도 기념물 제220호로 등록돼 있다.

 

모영철 이장(64)은 “옛날부터 밭에서 농사를 짓다가 사금파리(사기그릇의 깨진 조각)가 자주 나왔다고 알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연구를 위해 사람들이 방문했으며 발굴조사를 진행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뱀이 원래 영리하고 맑은 동물인데 우리 마을의 이름처럼 공기도 맑고 청량하며 인심이 넘치는 게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모영철 이장이 해남청자 도요지를 가리키고 있다.
▲모영철 이장이 해남청자 도요지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 사동마을은 산골 외진 마을이다 보니 먹고 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주덕귀(77) 씨는 “교통이 좋지 못했던 과거엔 교류가 많지 않고 부수입이 없어 지네를 잡아 팔고 고구마를 주식으로 먹을 정도로 마을이 빈곤했다”며 “그런 와중에도 의리 좋고 협동심이 좋아 주민 간 우애가 넘쳤다. 지금은 배추, 대파, 양파 등 밭작물을 중심으로 수익이 늘어났고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사동마을 주민들은 콩 한쪽도 나눠먹으려 할 정도로 협동심이 강하고 일손도 서로서로 품앗이를 통해 돕고 있다. 부녀회를 중심으로 매일 점심을 요리해 식사를 같이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 주민에게는 도시락을 싸서 전달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 중이다.

 

▲거동이 불편해 마을회관을 찾기 힘든 주민을 위해 배 순이 씨가 반찬을 담고 있는 모습.
▲거동이 불편해 마을회관을 찾기 힘든 주민을 위해 배 순이 씨가 반찬을 담고 있는 모습.

 

정강심(76) 씨는 “마산면서 22살에 이곳 사동마을로 시집 와서 계속 지냈는데 시골길을 물지게를 직접 지고 나르는 등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마을에 이혼한 사람이 없고 효부상 수상자가 수차례 나올 정도로 모두가 효자, 효녀고 다들 금슬이 좋다”고 말했다.

 

사동마을 출신이면서 현재는 기아자동차 상무로 재직 중인 김희준(51) 씨는 마을의 자랑이다. 사동마을 주민들을 위해 TV 안마의자, 운동기구 등을 기부했을 뿐 아니라 화원면과 군에도 수차례 성금을 기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희준 씨에게 기탁 받은 안마의자와 운동기구를 주민들 이 이용하고 있다.
▲김희준 씨에게 기탁 받은 안마의자와 운동기구를 주민들 이 이용하고 있다.

 

김 상무의 어머니인 김경례(76) 씨는 “아들이 사회적으로 잘 자리를 잡은 것도 고마운데 마을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애써주니 부모로서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마을주민들이 다함께 경남 하동 일대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마을회관에서 러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모영철 이장은 “평생을 사동마을에서 살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이장을 맡아 마을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고 현재는 화원면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며 “새해부터는 고령의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사업을 추진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동마을은 초기 청자 도요지로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마을의 개발을 막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마을 대부분 지역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예전의 관심마저도 끊겨 사실상 마을이 나아 가는데 방해요소가 된 것이다.

 

모 이장은 “한때는 원망도 많았지만 어차피 바뀔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을 오히려 마을 브랜드로 승화해 미래로 나아가야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했다”며 “해남청자의 중요한 유적지라고 하면서 간판 하나 없고 현재 역사박물관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군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른 뱀의 해에 사동마을은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주민들은 그 에너지를 모았고 발산하기만 하면 된다. 사동마을 앞에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길 응원한다.  

 

▲지난달 27일 사동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지난달 27일 사동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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