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옥 향우
금강곡, 어릴 적 그렇게나 넓어보이던 계곡물이다
이제 살포시 짚어 보면 겨우 손목에 잠길 뿐
맞다, 초등학교 때의 교실을 다시 찾았을 때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깜찍하게 작은 의자, 작은 책상
소인국에 당도했다는 설렘으로
주저 없이 손을 담가 한 움큼 추슬러 올려본다
보석같은 물방울이 또르르 손가락 사이로 구른다
어머니는 이 물에 손과 발을, 마음을 씻으셨다
그러고 나면 집 뒷마당에서 정화수 한 사발 떠놓고
정성 다해 손바닥을 부비셨다
무슨 기도 제목이 그렇게나 많으셨을까
어머니를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계곡을 오르던 기억에
눈물 또한 또르르 흐른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찾아 뵌 지 수개월이 지났다
삶의 현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금강곡을 벗어나는 순간
나는 다시 치열한 현실과 맞닿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전쟁이라 부른다
삶과의 치열한 전쟁
결코 비켜갈 순 없다
그 살 떨리는 현실에 오늘도 눈물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