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5월. 현재 불교대학이 있는 곳에는 제법 큰 절이 있었다. 그날은 석탄일 행사로 아침부터 절집이 분주했다. 무슨 일인지 수성리 신작로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정오쯤 되자 승려들은 시민군이 준비한 트럭에 마이크와 확성기를 설치하고 가두 행진을 도왔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김대중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듣고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광주에서 내려온 시민군은 옛 경찰서 상무관 무기고에서 총기를 탈취해 삼일탑네거리에 집결했다.당시 금성여객 터미널인 전 광주은행 터는 1919년 4월6일 해남에서 일어난 3.1
봄기운이 가득하다. 묵은 가지에서 새순을 내미는 고목들이 경이롭다. 거추장스러운 것을 털어내고 새것으로 채우는 나무들이 어느새 봄을 완성했다.공원의 고목을 마주할 때면 한 선배 사진가가 떠오른다. 나무를 사람처럼 대한 강봉규 선생이다. 몇 년전 그의 강연을 듣고 그가 펴낸 사진집을 받았다. 그의 사진집에서 나는 고향과 자연 그리고 나무와 사람들 얘기를 만났다. 지금도 책장 속 그의 사진집에 가끔 손이 간다.'사람처럼 나무도 생각하고 꿈꾼다.' '나무는 사람처럼 자기만의 목소리와 풍채를 지니고 있다.' 화
지난 2월 9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남긴 여운이 여전하다. 송승환 감독은 우리 문화를 가지고 개막식 무대를 기획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공연무대에서 잠깐 스크린을 스쳐간 고구려 벽화 속 인면조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성화를 피워 올린 달항아리 또한 독특한 아이디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수화 김환기 화백은 1950년대 조선 백자를 그림으로 그려 파리에 있는 미술관에 전시했다.이 달항아리는 전 세계 예술계를 홀린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 사진계에도 백자를 모티브로 창작에 몰두한 사진가가 있다.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이맘때면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한 장소가 그립다. 바람이 스산한 계절에 그곳이 더 눈에 밟히는 이유는 처음 방문한 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그 곳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사진가 김영갑 선생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던 김영갑 선생은 섬의 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했다. 그래서 제주도에 정착됐다고 한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제주도 곳곳을 돌며 '들녘의 바람'과 '자연'을 소재로 작품을 주로 남겼다. 인기를 얻기 위한 도시에서의 전시
한국을 대표하는 보도사진가 최민식. 부산이 고향인 그는 55년 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리얼리즘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밀레의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미술공부를 하던 그가 중고 카메라 하나를 얻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서민들의 일상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돌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애썼다. 그의 작품이 국제적 이슈가 되자 군사정부 시절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다 젖을
"소나무는 한국인의 얼이다". 사진가 배병우가 한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새 생명이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를 꺾어 금줄에 매달아 놓았다. 또 소나무로 지은 집에 살면서 소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치는 날에는 소나무로 짠 관에 담겨 자연으로 돌아갔다. 한국인에게 소나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하는 소중한 존재였다.배병우는 소나무 사진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빼어난 소나무를 찾아 전국 곳곳을 돌며 작품을 남긴 세월이 40년 넘는다. 세계적 팝 가수 엘튼존이 그의 소나무 사진에 반해 비싼 값으로 작품을
2013년 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서 스마트폰 사진전이 열렸다. '천 번의 감사, 천 장의 사진'이라는 주제로 사진가 김민수씨가 매일 시간을 정해 3장씩, 1년 동안 모은 천 장의 사진들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데일리 아트'라는 개념을 차용해 전시회를 연 것이다.사진을 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어떻게 전시회를 여느냐"며 의아해 했지만, 이 전시회는 SNS를 통해 일반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카메라의 대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스마트
한국 대표사진가들의 어록과 지역이야기를 대비시켜 작가 특유의 시선을 담은 사진으로 풀어나갈 정재승의 사진이야기를 월 1회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작가는 제목을 달지 않습니다" 어느 날 충무로의 한 전시회장에서 작품의 주제를 묻는 사람들에게 사진가 김중만은 이렇게 대답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누구나 작가다"라는 멋진 표현을 스스럼없이 전파하는 그는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켰고, 창의적인 생각을 갖게 했다. 국내에서 월수입 17억을 넘나들던 상업사진계의 최강자였던 그가 홀연히 아프리카로 떠난 이후, 전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