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마산면 당두리 2011>
▲ <사진, 마산면 당두리 2011>

이맘때면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한 장소가 그립다. 바람이 스산한 계절에 그곳이 더 눈에 밟히는 이유는 처음 방문한 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이다. 그 곳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사진가 김영갑 선생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작품을 구상하던 김영갑 선생은 섬의 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했다. 그래서 제주도에 정착됐다고 한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제주도 곳곳을 돌며 '들녘의 바람'과 '자연'을 소재로 작품을 주로 남겼다. 인기를 얻기 위한 도시에서의 전시회를 하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했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여름에는 폐교가 된 삼달분교를 임대해 전시관을 열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그곳이 지금은 제주도 명소 중 하나가 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제주도의 속살을 사진으로 보여준 그의 작품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 평론가는 '사진은 그의 영혼이었고 바람이었고 구름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곳에 다녀온 지도 제법 오래됐다. 여전히 그 전시관과 김영갑 선생의 작품을 통해 본 제주도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나는 우리 지역에도 이런 명소가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기억에서 더듬어 봤다. 그러다 한 여류 사진가가 떠올랐다.

그가 개인전을 열었을 때 나는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전시회장을 찾았다. 그의 개인전은 언제나 기획력이 돋보였다. 그는 전문적으로 사진기술을 배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신문에 나온 얘기로 그는 산책이나 나들이 할 때 늘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눈에 띄는 것을 앵글에 담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여느 사진동호회의 작품처럼 억지로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작품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조류독감(AI) 여파로 철새들이 수난을 겪던 때 '새들의 낙원 고천암과 공룡의 낙원 우항리'를 기획한 그의 전시회에서 나는 '우리의 낙원'을 잠깐이라도 꿈꿀 수 있었다.

올해 다시 사진교실을 준비하면서 나는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주제를 정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누군가의 기억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남기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는 큰 행복일거라 생각하면서.

<정지승의 사진교실 535-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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