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읍 5일 시장.
▲ 해남읍 5일 시장.

한국을 대표하는 보도사진가 최민식. 부산이 고향인 그는 55년 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리얼리즘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밀레의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미술공부를 하던 그가 중고 카메라 하나를 얻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서민들의 일상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돌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애썼다. 그의 작품이 국제적 이슈가 되자 군사정부 시절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다 젖을 물리는 어머니', '거리의 부랑자' 등 그는 카메라에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했다.

"인간이 거기 있기에 나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계속 걸었고, 언제나 카메라와 함께 있었다. 내 사진은 나를 찾아주었다.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소외의 현장을 담은 내 사진은 배부른 자의 장식적 소유물이 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나의 작품은 성심에서 비롯된 위력을 지녔으며, 거기에는 예술과 삶이 만나 어우러져 있다" 그가 생을 마감할 즈음 이렇게 회상했다.

국내보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명성이 높았던 사진가 최민식.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그의 사진 속에는 화려함이나 자연미학이 아닌 언제나 사람냄새가 먼저였다.

우리 가까이에서 서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표적인 장소는 시장이다. 시장에 가면 서민들의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 때만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들은 이곳 사람들을 들먹이며 서민정책을 논한다. 저들의 필요에 의해서만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희망을 이어주는 끈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더한다.

장날이 되면 읍내 곳곳이 시끌벅적해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모두에게 장터는 침체된 분위기다. 이웃인 서로를 맞이할 때면 애써 웃지만 이내 굳은 얼굴이 되 버린다.

우리에게는 서민들의 고통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곳 시장에서 언젠가는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정지승의 사진교실 535-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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